코로나 대유행 이후 소비가 줄고 재난지원금 등 이전소득은 늘면서 우리나라 가계의 초과저축이 가구당 평균 310만원 안팎 쌓인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소득이 높은 가계의 초과저축이 더 많았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7일 낸 보고서에서 “2020년 1분기에서 2021년 3분기까지 가구당 초과저축액은 평균 310만원”이며 “가계 전체로 환산하면 초과저축액은 67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3.5%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초과저축은 평균 수준의 저축보다 많은 금액으로, 비교 대상은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으로 잡았다. 미국의 개인 초과저축(2조7천억달러)은 명목 지디피의 12∼13%에 달한다.
가계를 집단별로 나눠 비교하면 노동자 가구, 40대 가구주, 소득계층 3∼4분위 가구의 초과저축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소득 수준과 안정성이 높은 가계 집단이 지출 감소로 더 많은 초과저축을 쌓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반면 소득이 낮은 가계의 초과저축은 재난지원금 등 이전소득 증가에 힘입었다.
가계의 초과저축은 주로 주식과 펀드 등 자본시장에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2021년 가계의 금융자산 운용액 증가 규모는 이전 평균에 비해 약 2배로 커졌다. 특히 지분증권과 투자펀드 운용액 증가폭이 확대돼 가계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3%로 높아졌다.
내년에는 경제 정상화가 더 진전돼 가계의 초과저축 규모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초과저축의 일부는 소비로 활용되겠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고 여전히 주식과 펀드 등 자본시장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재칠 선임연구위원은 “초과저축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가계는 한계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소득이 안정적이어서 위험자산 보유 유인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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