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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벌의 부, 정당한가…“보유 주식 절반 이상 편법·불법 증식”

등록 2021-12-05 15:01수정 2021-12-05 17:53

경제개혁연구소, 30대 기업집단 분석
“DL 이해욱, 하림 김준영, 한화 김동관, 한진 조원태” 순
개인 소유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이해욱 디엘(DL·옛 대림)그룹 회장이 지난 7월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 소유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이해욱 디엘(DL·옛 대림)그룹 회장이 지난 7월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법·불법 주식취득, 회사기회 유용, 일감 몰아주기. 재벌가에서 부를 부당하게 증식하는 방법의 대표 유형들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이런 부당 행위에 얽힌 주식을 ‘문제성 주식’으로 분류해 재벌 가문의 부의 정당성을 따져본 보고서 ‘동일인 등의 부는 어떻게 만들어지나?’를 최근 펴냈다. 30대 기업집단(재벌) 중 최근 승계 완성 단계에 있는 곳의 동일인(총수) 등 1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보유의 계열사 주식가치는 총 29조6300억원, 이 중 문제성 주식가치 증가분은 18조5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별 문제성 주식가치 증가분 비중의 평균값은 52.73%였다. 보유 중인 주식가치 중 절반 이상이 편법 또는 불법적인 부의 증식이었다는 뜻이다.

분석 대상 11명 중 총수는 7명, 총수의 자녀는 4명이다. 최근 10년 안에 총수가 바뀐 곳은 그 총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총수보다 더 많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자녀를 대상으로 삼았다. 주식은 올해 5월 공시된 기업집단 현황 공시상 주식이며, 주식가치는 6월말 종가(상장사) 기준이다. 비상장 회사는 6월 기준으로 가장 최근의 연결재무제표(없는 경우 개별재무제표)상 주당 순자산가액으로 평가했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문제성 주식가치 증가분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난 이는 이해욱 디엘(DL·옛 대림)그룹 회장으로 95.89%였다. 그룹 총수(이준용)의 아들인 이 회장은 디엘의 최대주주로 52.2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연구소는 이를 모두 문제성 주식으로 분류했다. 디엘이 2008년 대림에이치앤엘(이해욱 100%)을, 2015년 대림아이앤에스(이해욱 99.17%)를 흡수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의 디엘 지분은 제로(0) 상태에서 대폭 늘었다. 정보기술(IT)인프라 서비스 회사인 대림아이앤에스는 일감몰아주기 수혜 회사, 해운 중개 업체인 대림에이치앤엘은 일감몰아주기 회사이면서 회사기회 유용 회사로 꼽혔다. 이 회장 보유 주식가치 8152억원 중 문제성 주식가치 증가분은 7817억원에 이른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이 회장은 디엘 주식을 고리로 계열회사들을 장악하고 있다.

문제성 주식가치 증가분 비중 2위는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였다. 보유주식 가치 5206억원 중 95.47%인 4970억원이 문제성 주식가치 증가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모두 ㈜올품 주식에서 비롯된 문제다. 김준영씨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인 올품 주식을 2012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현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올품은 회사기회 유용 회사이며 일감몰아주기 수혜 회사로 꼽힌다. 공정위는 지난 10월 하림그룹 계열회사들이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해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김준영씨에 이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82.89%),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71.63%),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70.92%),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68.01%), 엘지(LG)그룹 구광모 회장(63.79%)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경우 16.10%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비중은 음수(-11.43%)로 계산됐다. 문제성 주식인 롯데지주의 주가가 하락한 데 따른 결과다.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은 분석 대상 11명 중 유일하게 문제성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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