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33회 세계협동조합대회 이틀째 ‘정체성 강화’ 세션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김슬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보조연구원
2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오전 세션에서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를 주제로 전 세계 협동조합인들이 온·오프 라인을 통해 열띤 논의를 펼쳤다.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는 이 행사는 ‘협동조합 정체성의 깊이를 더하다’라는 주제 아래 순차적으로 정체성 점검-강화-헌신-실천을 다룬다. 전날 ‘정체성 점검’에 이어 둘째날 오전에는 ‘정체성 강화’를 주제로 전체 세션과 5개 동시 세션이 열렸다. 이를 통해 협동조합이 정체성에 집중하고 강화할수록 혁신의 기회를 찾고, 위기에 대응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전체 세션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이도이아 멘디아 스페인 바스크주 부지사는 전 세계가 대변혁과 위기에 직면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감염병과 기후 위기, 디지털 전환으로 대표되는 산업 이행은 협동조합뿐 아니라 일반 기업 및 많은 조직에게 닥친 위기다. 그는 “협동조합 고유의 민주적이고 평등한 구조 때문에 혁신이 가능하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협동조합이 경제적으로 충분히 타당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 바스크 지역은 과거 금융위기, 나아가 19세기 말 산업혁명 때에 노동자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했다며 그것을 발판으로 지금의 문화와 사회가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소외되는 사람 없이 지금의 위기도 노동자들과 지역사회와 더불어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니고 알비수리 스페인 몬드라곤협동조합 부회장 및 국제노동자협동조합연맹 회장은 “협동조합임을 충분히 홍보할 필요가 있다”며 “협동조합은 하나의 공동체라는 정체성이 있다. 일반 기업과는 다른 이 정체성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노동자협동조합은 노동자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안전망 제공이 설립목적에서부터 담긴다. 일반 기업과 다른 정체성 때문에 성과를 만들어냈을 때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때문에 공동체 정체성에 집중하고 이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소비를 고려하고 있기에 협동조합이 지금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말했다.
장승권 성공회대 교수(경영학)은 한국의 주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들 사례를 들며 협동조합이 혁신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늘 혁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부터 생협 활동가들은 친환경 농업과 유기농 식품 등을 연구하고 사업화했다. 이후 생협들의 주요 사업 모델이 되었고, 지금은 조합원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당연히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다. 장 교수는 “협동조합들이 신기술이나 변화에 후행적으로 따라가는 모습이 아니라 선구적으로 이끌어나갔다는 것을 생협 역사에서 볼 수 있다”며 “협동조합이 적극적으로 혁신하고, 창의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화는 노동자와 협동조합에게 큰 도전이지만 적응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협동조합이지만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 상품과 경쟁하고 소비자를 만나기 때문이다. 알비수리 부회장은 “변화해야 하는 때가 왔다. 협동조합 정체성에 집중하면서 변화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이든 협동조합 방식으로 할수 있고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변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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