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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협동조합은 위기의 시대 대안될 수 있어…정체성 더 강화해야”

등록 2021-12-01 19:06수정 2021-12-01 19:52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개막

사회적 책임 추구하는 협동조합
불평등 심화 속 대안으로 부각
문 대통령 참석 ‘연대·협력’ 격려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 담보 위해
정부와의 협력 파트너십 필요”
1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세계협동조합대회에서 고영곤 한국협동조합발전연구원 원장이 ‘정부와의 관계를 통해’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파치 올라바리아 CSCE-EKGK 대표(스페인), 피터 헌트 뮤츄오 경영 파트너(영국), 마리-조제 파케트 CQCM 사무총장(캐나다), 이반 아심웨 우간다협동조합연맹 사무총장, 이재호 농협중앙회 농업경제연구소 부소장이 현장에서, 다닐로 구띠에레즈 INACOOP 대표이사(우루과이)가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1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세계협동조합대회에서 고영곤 한국협동조합발전연구원 원장이 ‘정부와의 관계를 통해’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파치 올라바리아 CSCE-EKGK 대표(스페인), 피터 헌트 뮤츄오 경영 파트너(영국), 마리-조제 파케트 CQCM 사무총장(캐나다), 이반 아심웨 우간다협동조합연맹 사무총장, 이재호 농협중앙회 농업경제연구소 부소장이 현장에서, 다닐로 구띠에레즈 INACOOP 대표이사(우루과이)가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한국의 협동조합은 전세계 300만 협동조합과 12억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오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개발도상국의 농업협동조합 리더 육성에 힘을 실어 왔으며, 신협중앙회는 아시아신협협의회(ACCU)의 리더로, 아이쿱생협은 국제협동조합연맹 아시아생협위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는 최근 한국 협동조합이 크게 발전해 온 것에 대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국제협동조합연맹 주최의 이번 대회는 지난 1995년 협동조합 정체성에 관한 선언 채택을 기념하는 한편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대한 협동조합의 공헌 등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점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아리엘 구아르코 국제협동조합연맹 회장은 환영사에서 “협동조합의 정체성은 협동조합의 경쟁력 그 자체”라며 지난 126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조합원들과 함께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개회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연대와 협력의 힘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국내외 협동조합인들을 응원했으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농수축협의 1차 산업 중심이었던 협동조합이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취약계층 보호, 지역공동체 활성화, 친환경 생산 및 소비 등 각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며 한국 사회적경제 성과와 과제의 중요성을 전했다.

협동조합 정체성 점검-강화-헌신-실천이란 큰 주제 아래 진행되는 이번 대회 첫째날 〈협동조합 정체성 점검하기〉 세션은 박영범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의 발표로 시작됐다. 사회적 책임을 추구하는 가치 지향 조직인 협동조합은 이제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공동의 노력 차원에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박 차관은 “불평등의 심화로 사회 및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는데 협동조합이 유의미한 대안이 될 수 있다”라며 “협동조합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사업 모델이 구축이 필요하며 이때 중앙 및 지방 정부와의 파트너십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첫째날 오후 진행된 5개의 동시세션 중 ‘정부와의 관계를 통해’ 세션에서는 협동조합 운동과 정부와의 관계를 스페인, 캐나다, 영국 등 국내외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협동조합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구조 속에서 협동조합의 자율성 확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정부와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한편,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것은 대다수 협동조합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한 사례를 정부와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하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 협의회 ‘CSCE-EKGK’의 파치 올라바리아 대표가 전했다. 1982년 스페인 바스크 지방 법률에 따라 설립된 협의회는 협동조합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법적 분쟁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물론 신규 협동조합 설립 지원 등 협동조합 육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협의회 이사진 19명 중 10명이 협동조합 관계자(바스크 정부, 주의회, 연구자 그룹에서 각각 3명씩 이사회 참여)로 구성될 만큼 정부와 협동조합 관계에서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캐나다 퀘벡협동조합연합회(CQCM)의 사무총장 마리-조제 파케트는 “퀘벡은 민간의 협동조합 중심으로 연합회를 구성하여 정부와 파트너십을 가져간다”라며 “아래에서부터 시작된 협동조합 당사자들의 연합 조직은 협동조합 간의 협동은 물론 여론 조성이나 대정부 로비 등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호혜와 연대의 문화가 탄탄하게 자리 잡은 스페인 바스크와 캐나다 퀘벡은 협동조합 생태계 강화를 위해 풀뿌리조직의 의견과 참여를 민관협력으로 엮어내고 있다.

영국에서 협동조합당(Cooperative Party)은 4번째로 큰 정당이며 중도좌파 성향의 정당으로 노동당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협동조합당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뮤추오(Mutuo)의 피터 헌트 경영파트너는 협동조합에 우호적인 정책과 규정 마련을 위해 정치인 대상의 옹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치적 역동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협동조합 운동의 확장과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좌장을 맡은 고영곤 한국협동조합발전연구원 원장은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고 따뜻한 자본주의, 포용적 자본주의에서 협동조합의 정체성이 더욱 강화되고 활용되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정부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대등한 협력 관계를 쌓고, 그로부터 상생할 수 있는 협동조합과 정부와의 파트너십 논의가 필요하다”고 세션을 마무리했다.

글·사진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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