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뒤 고용사정이 나빠지고 노동자들의 급여는 묶여 있는 중에도 임원진의 보수는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 수령자, 그 중에서도 지배주주의 보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산업은행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 9개 업종 상장사 457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해 24일 밝힌 내용을 보면, 2020년 하반기와 2021년 상반기 고용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각각 0.12%, 0.77%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근로자 평균임금(6개월분)은 3500만원이며, 증가율은 2019년 상반기 대비 0.18%, 2020년 상반기 대비 1.46%로 사실상 동결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사태의 파장 탓으로 풀이된다.
임원의 보수 흐름은 이와 크게 달랐다. 사내이사와 지배주주인 미등기임원 등 582명의 올해 상반기 평균보수(퇴직금,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이익 제외)는 2억34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견줘 6.52% 증가했다. 582명 중 395명(67.87%)은 작년 상반기보다 늘었고, 동결되거나 감소한 임원은 187명(32.13%)이었다.
지난해, 올해 상반기 모두 5억원 이상 고액 보수를 받은 임원 55명의 올 상반기 평균보수는 10억8700만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8.59% 늘었다. 이 중 지배주주 임원들의 보수는 코로나19 이후에도 대부분 증가했지만, 전문경영인 임원들의 보수는 동결되거나 삭감된 경우가 더 많았다. 보수증가율 상위 10명 중 8명이 지배주주, 2명은 전문경영인이었다.
미등기임원 중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은 횡령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라 2023년 11월까지 취업 제한을 받고 있음에도 미등기라는 이유로 보수를 받고 있고, 2021년 보수가 41.14% 올랐다. 고액 수령자 중 주숭일 테스 대표이사, 최우형 에이피티씨 대표를 제외하고는 해당 기업의 매출액, 고용, 임금 증가율에 견줘 보수증가율이 매우 높은 편이었다. 단적인 예로 현대모비스의 근로자 임금 증가율은 올 상반기 1.17%에 그친 반면, 정의선 대표이사는 105.59% 오른 12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코로나19 이후 근로자의 고용이나 임금 조건이 악화됐음에도 임원들의 보수는 늘어난 현실은 보수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보여준다”며 “객관적인 실적이 아니라 지배주주 지위로 인해 고액의 보수가 보장되는 보수 체계는 모럴해저드와 기업가치 훼손의 위험성을 띠고 있으므로 성과보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임원 보수에 대한 더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개별 보수 공개 대상을 (현행 5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대표이사의 경우 보수 수준과 상관없이 모두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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