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규모가 올해 3분기 기준 1844조9천억원까지 불어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증가 속도가 7분기 만에 처음 다소 느려졌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가 가계부채 증가세에 서서히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23일 ‘2021년 3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자료를 통해 올해 3분기 말 가계신용(가계부채, 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이 1844조9천억원이라고 밝혔다. 가계부채는 지난 2분기 사상 처음으로 1800조원을 돌파한 후 역대 최대 기록을 또 경신했다.
그러나 가속하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다소 느려졌다. 올해 3분기 가계부채 전 분기 대비 증가 폭은 36조7천억원으로 2분기(43조5천억원)보다 축소됐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9.7%으로 2분기(10.4%)보다 하락했다. 2019년 4분기부터 계속 상승한 증가율이 7분기 만에 처음 낮아졌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가 신용대출부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가계대출은 1744조7천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7조원 증가했다. 이 또한 증가 폭이 2분기(41조원)보다 축소됐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20조8천억원으로 전 분기(17조3천억원)보다 확대됐다. 그러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증가 폭은 2분기 23조8천억원에서 3분기 16조2천억원으로 축소됐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매매 및 전세 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고, 집단 대출 취급이 증가하면서 전 분기에 비해 증가 폭이 확대됐지만, 기타대출 증가 폭은 금융 기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으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업권별로 보면 예금은행 대출은 증가한 반면 비은행권 대출은 감소했다. 올해 3분기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전 분기 대비)은 21조1천억원으로 2분기(12조4천억원)보다 커졌다. 기타대출 증가 폭은 축소됐지만,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확대된 것이 원인이다.
3분기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 증가 폭은 전분기(9조1천억원)보다 작은 8조2천억원이다. 기타금융기관도 증가 폭이 전 분기 19조6천억원에서 7조7천억원으로 축소됐다.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 양수액 감소 등이 영향을 줬다.
가계의 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나타내는 판매신용은 올해 3분기 말 잔액이 100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4차 유행 발생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전 분기 보다 2천억원 감소했다.
3분기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춤한 현상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한은과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으려 관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로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치솟은 데다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우대금리는 줄이고 가산금리는 높인 영향이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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