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각자도생과 ‘깐부쇼어링’.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4일 ‘<오징어 게임>으로 풀어본 2022 통상전망’ 보고서에서 주목해야 할 통상 이슈를 ‘깐부쇼어링’( Friendshoring)으로 요약했다.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동맹 중심의 편가르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뜻이다.
연구원은 “코로나19 발생, 미·중 패권경쟁 지속, 기상이변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공급망 교란이 지속되자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국가와 기업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며 “주요국들은 각자도생의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은 동맹국 위주로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깐부쇼어링’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월 새로운 인도·태평양 경제협력체제 구상을 언급했고 지나 레이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은 내년 초 이 협력체를 위한 공식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최근 밝힌 게 대표 사례로 꼽혔다. 미국이 추진하는 새로운 경제협력체제의 핵심 의제는 기술패권과 디지털 신기술 표준 및 관련 규범 제정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라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은 각각 내년 중간선거와 전국대표회의를 앞두고 통상 갈등 국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되, 남용하지는 않는 ‘관리된 경쟁’을 펼칠 것”이라며 “미·중 경쟁은 기술경쟁, 핵심물자 공급망 재편, 동맹국 동원과 국제적 영향력 확대 등 한층 복합적인 전략 경쟁의 양상으로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 경쟁이 이어지면서 다자무역 체제가 약화되고 개별 국가는 자국의 법률과 조처를 다른 나라에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현상이 세계적 추세로 나타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의 통상법 301조, 수출통제규정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비롯한 자국법의 일방주의적 시행이 그 예다. 이는 국가 간 정책 충돌과 통상 마찰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연구원은 전망했다.
연구원은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입법안 공개 이후, 많은 국가들이 탄소국경조정세, 탄소세, 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 탄소 글로벌 협정 추진 등 환경과 무역을 연계한 다양한 정책의 논의를 본격화했다”며 “무역을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방향에 대한 논란이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호주와 중국 간 무역갈등 사례 분석에서 “미·중의 편가르기가 심화되면서 중국의 경제제재 빈도가 높아지고 대상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며 “미국의 편에서 총대를 멘 호주가 중국의 보복에 맞닥뜨렸듯이 반중 국가연합이 확대될 경우 중국을 둘러싼 통상 분쟁 역시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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