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한겨레> 자료 사진
국내 경영학자들이 보기에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은 선진국에 견줘 한참 떨어지며, 1980년대 이후 지속 하락한 것으로 평가됐다. 기업가정신이 낮은 이유로는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첫손에 꼽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경영학회 회원 175명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21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기업가정신이 선진국 대비 ‘매우 낮음’이란 응답이 9.7%, ‘낮음’ 60.6%로 나타났다. ‘높음’ 27.4%, ‘매우 높음’ 2.3%였다. 낮은 이유에 대해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23.2%), ‘기업·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17.1%), ‘청장년층의 안정적인 직업 선호’(15.0%), ‘기업인들의 위험감수 의지 부족’(13.4%), ‘기업활동을 제한하는 정부 규제’(11.8%)라고 답했다.
시기별 기업가정신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1970년대 이전은 10점 만점에 평균 6.3점으로 매겼다. 1980년대 6.3점, 1990년대 6.1점, 2000년대 5.7점, 2010년대는 5.3점이라고 평가했다. 기업가정신 발휘를 위한 과제로는 ‘기업·기업가에 대한 긍정적 인식 조성’(24.0%)을 가장 많이 들었다. 이어 ‘사업 실패 이후 재도전 기회 제공’(20.9%), ‘기업활동을 제한하는 규제 완화’(20.3%)가 꼽혔다.
현재 경영환경에서 중요한 이슈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30.3%)을 최우선으로 들었다. 이어 디지털 전환 가속(29.7%), 이에스지(ESG) 경영(21.7%), 소비 트렌드 변화(17.7%) 순이었다. 현재 환경에서 가장 필요한 기업가정신으로는 창의·혁신(40.6%), 위기대처능력(29.7%), 도전 의식(12.0%)이 주로 꼽혔다. 현재 경영환경에 필요한 창의·혁신을 발휘한 대표 기업가로는 정주영 회장(34.3%), 이건희 회장(21.1%), 이병철 회장(17.1%), 박태준 회장(7.7%), 구인회 회장(5.7%) 순으로 거론됐다.
선진국 대비 경영환경은 나쁘다는 응답이 62.3%(‘매우 나쁨’ 10.3%, ‘나쁨’ 52.0%)로 나타났다. ‘좋음’ 33.1%, ‘매우 좋음’ 4.6%였다. 경영환경이 뒤처진다는 평가의 이유로는 기업규제 부담(39.4%), 고용 비용 증가(31.7%), 무역 관련 불확실성(12.8%)을 주로 들었다. 기업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다음 정부의 과제로는 기업규제 완화(34.0%), 기업의 고용 유연화(26.0%), 해외시장 개척 및 거래처 다변화 지원(14.0%)을 꼽았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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