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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국 생협 공제, 주무부처의 역할을 생각한다

등록 2021-10-29 09:47수정 2021-10-29 09:57

<생협 공제, 전문가 연속기고>
③이향숙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선임연구원
생협연합회 현황(2020년 말 기준)
생협연합회 현황(2020년 말 기준)

한국 생협의 자율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한 사업과 활동

한국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의 현황을 살펴보면, 지역생협은 두레생협연합회, 아이쿱생협연합회, 한살림연합, 행복중심생협연합회 4개 생협연합회를 중심으로 사업과 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학생협은 한국대학생협연합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이들 연합회의 회원조합 수는 193개 조합, 조합원 수는 145만7851명, 사업액은 1조3272억원이다. 의료생협은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다수 전환했다. 지역생협은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에 도시에서 유기농산물의 산지 직거래를 담당하는 단체로 조직되었다.

설립 주체는 여성단체, 종교단체, 시민운동단체 등이 많으며 설립 초기부터 생산자와 소비자의 산지 직거래를 바탕으로 한 유기농산물 공급을 중점사업으로 삼았다. 한국의 생협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대부분 설립되어 2000년대에는 사업 시스템을 확립했다. 현재는 각 생협연합회의 설립 목적과 조합원의 생활 변화에 따라 구매사업, 매장사업에서 의료, 복지 쪽으로도 사업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활동에서도 도농 교류, 농업지원, 식품 안전 문제 대응에서 최근에는 기후 위기에 따른 환경문제 대응 쪽으로 다양해졌다. 생협의 사업과 활동은 조합원만이 아니라 조합원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생협의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생협의 역사와 성과를 바탕으로 2010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이 개정되면서 연합회와 전국연합회가 공제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공제는 조합원이 공동으로 기금을 형성해서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는 상호부조형 비영리사업이다. 당시 18대 국회는 생협의 활동을 촉진시켜 소비자의 복지 향상을 넘어서 국민의 복지 및 생활문화 향상에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생협법 개정의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대응이 늦어져서 현재까지 공제를 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 및 불공정 거래에 관한 사안을 심의 의결하기 위해 설립된 국무총리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이자 합의제 준사법기관이다. 생협은 공정거래위원회 내에서 주로 소비자 피해 방지 업무를 하는 소비자정책국의 소비자정책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의 업무를 하는 기관이 자립과 자조, 자치의 원리가 바탕이 되는 생협의 주무부처 역할을 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은 접어두고서라도 생협 공제를 시행하지 못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생협을 규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생협의 공제 시행이 12년 동안 난항을 겪는 과정 속에서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면서 일본의 생협 공제를 찾아보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 생협은 오랫동안 교류해 오면서 일본 생협의 사업과 활동에서 다양한 시사점을 얻어 왔다. 또한 일본 생협 공제는 70여 년의 역사 속에서 큰 성장을 보여주고 있어 참고할 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 생협 공제의 자율적인 성장과 후생노동성

일본 생협은 소비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에 근거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후생노동성은 한국의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며, 생협은 후생노동성 내 사회·원호국 지역복지과에서 담당한다. 일본의 생협 공제는 1948년 생협법이 제정, 시행되고 난 다음 해 노다소유생활협동조합이 공제사업을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초창기 생협공제의 중심은 노동자였다. 1950년대 사회보장제도의 정비가 늦어지고, 기업의 복리후생에도 기대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자 복지 운동으로서 노동자공제생협이 설립됐다. 1970년대 후반 일본의 전국생협연합회라고 할 수 있는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도 공제사업을 개시했다. 주무부처인 후생노동성의 실태조사를 보면 2019년도 일본 생협에서 공제사업을 하는 조합은 518개로, 지역 생협 229개, 직장 생협 277개, 연합회 12개이다.

일본생협총합연구소 코즈카 카즈유키 전 연구원에 따르면 생협법 제정 당시 공제사업 관련한 조문은 1개에 불과했고 그 조문 내용을 살펴보면 제26조의 3에 ‘공제사업을 하려고 할 때는 공제사업 규약을 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규정만 있었다고 한다. 공제사업의 재무에 관해서는 당시 후생성령으로 1954년에 정해진 ‘소비생활협동조합 공제사업 재무처리 규칙’에 경리의 구분, 각종 준비금, 자산운용 등의 기준이 있었고 그 외는 국장 통지나 과장 통지가 행정 지도의 기준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일본 생협 공제의 성장은 법 규제보다는 생협의 자율적 운영에 따른 성과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후생노동성에서도 생협의 자치, 자립적인 성격을 인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본 생협법은 제정 59년만인 2007년에 크게 개정되었다. 공제사업에 관련해서도 1개 조문이었던 것이 35개 조로 늘어났다. 생협법 개정 당시였던 일본 생협 공제는 2005년 기준으로 수입공제료 1조7566억엔, 약 17조원이 넘는 수준이었다. 생협법 개정에 따라 후생노동성은 사회·원호국 지역복지과 내에 소비생활협동조합업무실을 신설해서 생협 전문 담당관을 증원 했다. 공제 관련해서는 생협 공제 시행 이래, 타 기관에 관리와 감독을 위탁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감독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내에서 생협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0.5명 정도이며, 해당 인력마저 잦은 재배치로 생협과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의 원활한 협력 구조를 구축하기 어려운 우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 생협 공제 시행에서 공정거래위의 역할

이향숙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선임연구원
이향숙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선임연구원

일본 생협 공제는 자율적으로 성장해 왔으며, 생협법 제정 59년 만인 2007년 생협 공제의 규모에 대응해서 공제 규정이 정비되었다. 반면 한국은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의 시각으로 임하고 있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음에도 12년째 사업 시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생협의 핵심 운영 원칙인 자조와 협동이 공제사업에서 잘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다. 생협 공제 사업의 조속한 시행방안 마련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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