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투자는 회수를 전제로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자선이나 기부다. ‘임팩트 투자’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 역시 수익을 추구한다. 착한 기업의 활동이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투자가 이루어진다. 그래야만 지속 가능한 투자를 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는 가치와 수익을 함께 도모하는 건 불가능한 게임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착한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공식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임팩트 투자시장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건강, 물, 청정에너지, 교육, 의료, 돌봄, 일자리, 주거, 금융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 분야에 걸쳐 가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들도 변하고 있다. 사회와 환경을 도외시하고 이윤만 추구하는 존재로 인식되면 언제든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CSR, CSV를 지나 ESG가 새로운 기업 행동 표준(new normal)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좋든 싫든 지속가능 보고서를 써야 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이 사회와 환경에 어떤 기여했는지 증명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등장한다. 실제로는 사회와 환경에 관심이 없으면서 마치 가치 있는 일을 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 이른바 ‘임팩트 워싱’(impact washing)에 대한 문제다. 사회·환경적 가치는 상대적이다. 따라서 누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했는지를 구별하는 객관적 척도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납득할만한 수준의 국제 표준을 만들지 못했다.
향후 5년 이내의 위협요인 설문 분석 결과(자료: GIIN Annual Impact Investor Survey 2020)
임팩트 투자자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건 기우가 아니다. 글로벌 임팩트 투자자 단체인 GIIN이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향후 5년 이내 가장 큰 위협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압도적 다수가 임팩트 워싱을 꼽았다. 2위가 임팩트 증명의 어려움, 3위가 임팩트 비교의 어려움, 4위가 임팩트 측정표준 결여다. 모두 연결된 주제들이다.
사회·환경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지난 십수 년 동안 유수의 평가기관들이 이 문제를 풀어보려 노력했으나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임팩트 투자·중개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은 근접한 곳에서 누가 진짜이고 가까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진정성 있는 투자·중개 기관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십 여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임팩트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씨앗기(seed), 발아기(start-up)를 지나 성장기(series), 성숙기(IPO)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의 발전 경로에 맞추어 투자와 경영지원을 돕는 중개기구들이 임팩트 생태계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자본시장과 혁신기업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임팩트 시장이 크게 열리면 공공과 민간의 많은 자금이 이 영역으로 유입될 것이다. 가치 투자에 무관심하던 일반 창업투자회사(VC)와 사모펀드(PE)들이 수년 전부터 이 영역에 뛰어들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사회와 환경을 이롭게 하는 사업에 돈이 몰린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남은 과제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내고 진짜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무늬만 임팩트인 가짜에 돈이 흘러들어 가지 않도록 하려면 한국적 맥락의 임팩트 평가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유사 기업들의 창궐을 막을 수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기준을 만들 수는 없다. 일단 출발하는 게 중요하다. 완성도는 경험이 쌓일수록 높아질 것이다.
임팩트란 영향력이란 뜻이고, 소셜 임팩트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말한다. 임팩트를 창출하는 진짜 기업이 늘어난다는 건 그들이 내뿜는 선한 영향력이 인간과 사회 그리고 지구를 살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과 같다. 이것이 임팩트 투자가 지향하는 비전이다. 이 일은 오직 진짜만이 할 수 있다. 비슷한 건 진짜가 아니라는 말처럼, 가짜는 금방 본질이 드러난다.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