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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연대보증, 창업의 최대 걸림돌? 최소한의 안전망?

등록 2021-10-04 04:59수정 2021-10-04 07:22

은행권 연대보증 16만건, 120조원…대개 기업대출에 얽힌 법인 대표
“창업·재창업 방해물” vs “없애면 도덕적 해이”
대출 상담이 이뤄지고 있는 은행 창구. <한겨레> 자료 사진
대출 상담이 이뤄지고 있는 은행 창구. <한겨레> 자료 사진

시스템에어컨 부품 업체인 ㅇ사가 지난달 기업은행으로부터 운전자금 5억원을 대출받을 때 윤 아무개씨는 회사 대표이사로서 연대보증을 서야 했다. 기업이 꾼 돈을 못 갚을 경우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ㅇ사가 신한은행에서 자금을 빌려오는 과정에선 대표자 연대보증에 부인까지 연대보증인으로 덧붙여 세워야 했다. 예전 사업 실패로 한 차례 부도를 낸 뒤 부인을 대주주로 삼은 데 따른 절차였다.

3일 김경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은행들의 연대보증 입보 규모가 16만1천건, 금액으로는 120조5천억원에 이른다. 2019년말(16만8천건, 98조9천억원)에 견줘 건수는 줄었지만, 금액은 적지않이 늘었다. 2017년말엔 17만건(82조6천억원), 2018년말 17만6천건(94조8천억원)이었다.

이런 연대보증 수치엔 윤 대표의 부인 사례 같은 제3자 연대보증 입보도 포함돼 있다. 대출성 상품에 대한 제3자 연대보증 요구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기업 대출에서 무한책임사원, 최대주주에겐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분양대금 지급을 위한 가계 대출의 경우 분양 사업자 및 해당 건축물의 시공사에는 요구할 수 있다. 현재 연대보증 실적으로 잡히는 것은 대개 법인 대표와 연결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경만 의원은 “정책 금융기관의 연대보증 폐지와 더불어 민간 금융기관의 연대보증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재도전 생태계 구축, 정착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재창업에 나서는 걸 꺼리게 하는 대표 걸림돌이란 주장이다. 채권자 쪽에는 일종의 안전망인 연대보증이 채무자 처지에선 기업 폐업 때 자칫 헤어날 수 없는 낙인의 빌미가 되곤 하는 사정을 일컫는다. 코로나19 사태의 파장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이런 예가 급증할 개연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공공대출 연대보증은 줄고 있지만…

연대보증에 얽힌 여러 폐해 탓에 지난 2008년 7월 은행권 개인 가계 대출 건을 시작으로 연대보증은 순차 폐지돼 왔지만, 개인 사업자 및 법인에 대한 대출 건에 대해선 실제 경영자뿐 아니라 경영에 참여하는 가족 또는 과점주주 이사 등 제3자에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게 금융권의 오랜 관례였다. 이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고, 문재인 정부들어 2018년 4월엔 공공기관(신보, 기보, 지역신보, 중진공, 소진공)의 법인 대표 연대보증은 전면 폐지 쪽으로 가닥 잡혔다. 기존 대출 및 보증에 대해서도 ‘책임경영 심사’ 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연대보증을 없애도록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를 보면, 이들 공공기관의 연대보증 중 2018년부터 올해 4월까지 폐지된 실적은 31조9천억원이다. 애초 목표로 삼은 32조6천억원의 97.9% 수준이다. 계획에 따라 얼추 맞추고 있는 셈이다. 올해 추가로 10조6천억원, 내년 11조7천억원을 해소하면 공공기관의 연대보증은 모두 없어진다.

민간 금융기관의 연대보증도 없애자는 제안에 해당 금융권이나 금융당국은 아직 신중한 쪽이다. 회사 대표나 대주주의 책임경영 의지를 약화시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량기업으로 신규 보증이 쏠려 취약 기업 쪽은 금융 접근성에서 도리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아울러 든다. 인적 담보가 사라짐에 따라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자금 회수 가능성이 큰 기업을 중심으로 보증을 제공할 개연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중 ‘도덕적 해이’를 둘러싸고는 논란이 분분해 섣불리 단정하기 어려우나, 금융의 접근성 우려에 대해선 반론성 통계 수치가 제시돼 있다. 연대보증 폐지 뒤 애초 예상과 달리 신규 보증이 우량기업으로 쏠리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신용보증기금의 법인기업 신규 보증 비중을 신용평가등급별로 보면, ‘양호(KR1)~보통이상(KR5)’ 기업은 연대보증 폐지 전인 2017년 4월~2018년 3월 34.1%에서 폐지 뒤인 2020년 4월~2021년 3월 19.7%로 줄었다. ‘보통(KR6)~미흡(KR15)’ 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65.9%에서 80.3%로 높아졌다. 신보·기보의 법인기업 신용도별 신규 보증공급 비중의 흐름도 비슷했다. 폐지 전 1년 ‘일반~우량’(BBB 이상)은 66.8%에서 폐지 뒤 1년 동안 62.4%로 낮아졌고, ‘저신용’(BB 이하)은 같은 기간 33.2%에서 37.6%로 높아졌다.

정부, 민간대출 연대보증 폐지 신중모드

김경만 의원의 제안에 대해 금융위원회 쪽은 “장단점, 폐지 효과 분석, 민간 금융기관의 동의 여부를 봐가며 추진할 과제”라며 아직 유보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창업, 재창업 활성화 차원에서 (연대보증 폐지) 방향성에 대해선 동의한다”며 “현 정부 들어 (폐지 쪽으로) 진척을 시킨 것”도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은행권과 업무 협약을 통해 신보 보증부 대출 취급 때는 은행책임분담 부분의 연대보증을 면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보 보증비율 90%인 보증부 대출 1억원을 취급할 때 1억원 중 1천만원(은행 책임분담 부분 10%)에 대해선 연대보증을 면제하는 식으로 폐지 영역을 조금씩 넓혀왔다는 것이다.

조이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이 필요 자금의 85%가량을 민간 금융회사에서 조달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할 때 (민간 금융 연대보증도 폐지하면) 크게 도움이 되겠지만, 민간 영역에 무조건 해제를 요구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차선책으로 “신보에서 운영 중인 책임경영 심사제를 좀 더 고도화해 활용하는 방안”을 들었다. 해당 중기의 경영 투명성, 부실화 가능성을 엄정하게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대보증 없이 신용대출을 해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명분으로 삼자는 제안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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