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의 지속가능발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전문가·시민단체들이 세부 사업과 추진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화성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제공
연 10%의 인구 성장, 전국 지자체 재정자립도 1위의 도시인 경기도 화성시.
신도시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다양한 사람들과 동탄, 발안 등 산단을 끼고 있는 화성시는 국내 몇 안 되는 성장하는 도시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의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도시 문제도 쌓여가고 있다. 신도시와 산업단지가 있는 동부, 서해와 인접한 농산어촌 서부의 지역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고, 빠른 인구 유입과 늘어나는 산업단지는 교통체증, 환경오염 문제를 불러왔다. 화성시는 이처럼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도시 문제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발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제, 사회, 환경, 지역사회를 아울러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도시의 지속가능발전 생태계를 통해 도시화 문제와 지역민들의 통합에 나선 것이다.
화성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주민, 시민사회와 함께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동서부 지역 격차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과 새로 유입된 주민들 간의 교류와 연대의 접점을 만드는 작업도 포함됐다. 화성시 내 여성, 청소년, 농어민, 기업, 노동계, 장애인, 엔지오, 재단 등 56개의 시민단체들이 도시의 지속가능발전 방향과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기후환경, 복지, 기업지원 등 16개 행정부서도 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17개 목표와 66개 세부목표를 담은 화성시 지속가능발전 목표가 만들어졌다. 올해부터는 시정 과제들이 지속가능발전 목표에 연계해 지속가능성을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전 체크리스트도 운영되고 있다. 온실가스 저감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화성시 그린뉴딜 사업도 지속가능성 사전 체크리스트로 점검·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화성시의 사례는 올해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상 최고상인 대통령상에 선정됐다. 올해로 23번째를 맞는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상’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한 우수사례를 발굴하는 공모전이다. 환경부가 주최하고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주관하는 이번 공모전에 전국의 시민, 단체, 기업, 지자체 등으로부터 총 77건이 접수돼 14건의 우수사례가 선정됐다.
올해는 특히 마을 주민들의 삶터, 일반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실천하는 사례들이 많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주민자치회 마을계획을 지속가능발전과 연계하여 국무총리상에 선정된 전남 순천시 덕연동 사례도 그 중 하나다. 2018년부터 덕연동 주민들은 마을 계획을 직접 수립하는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실천해왔다. 초기에는 주민들이 직접 마을 계획을 세운다는 데 자부심도 컸지만, 사업에 대한 부담감과 피로도 점차 커졌다. 사업을 함께 진행해 온 순천와이엠씨에이(YMCA)는 지속가능발전이 마을 자치의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 봤다.
제23회 지속가능발전대상 우수사례 선정작.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누리집
돌봄, 좋은 이웃, No플라스틱 등 기존에 수립된 덕연동 마을계획 사업들을 유엔이 제시한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맞춰 배치해 지속가능발전 개념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도왔다. 마을 활동들이 전 지구적 과제로 연결되고 마을에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목표가 주민자치회의 활동에 활력을 더했다. 덕연동 마을의 환경과 마을 주민들의 특색이 담긴 덕연동 지속가능발전목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김석 순천와이엠씨에이 사무총장은 “지역 고유의 특성을 담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적극적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행정은 무엇보다도 주민을 동원하지 않고, 주민들의 생각이 정책에 반영되는 지역 현장의 경험들이 쌓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소셜네트워크 속 시민 네트워킹이 오프라인 환경 운동으로 이어진 ‘와이퍼스’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유리를 닦는 자동차 와이퍼처럼 지구를 닦겠다고 모인 와이퍼스는 쓰레기를 주우며 조깅하는 ‘플로깅’을 실천하는 시민들의 환경 운동이다. ‘닦장’ 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직장인 황승용씨가 2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과 함께 시작한 모임이 계기가 됐다. 네 명에서 시작한 소규모 온라인 모임이 지금은 미취학 아동부터 환갑이 넘은 어르신까지 포함한 480명의 회원들이 동네를 누비며 쓰레기 줍기에 함께하고 있다.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계와 국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와이퍼스와 같이 개인들의 환경 운동은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비판도 있다.
와이퍼스 회원들이 담배꽁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와이퍼스는 지난해 9월부터 회원들과 함께 주운 담배꽁초 3만연개를 담배제조업체인 케이티앤지에 전달하고 플라스틱 필터인 담배꽁초의 재활용 대책을 요구하는 ‘꽁초어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와이퍼스 제공
이에 대해 황승용씨는 “소비자인 시민들이 먼저 환경문제를 정확히 알아야 기업을 나아가서는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시민들이 환경의 심각성을 직접 느끼고 행동이 변화할 때 비로소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변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와이퍼스의 활동은 기업의 탄소저감 정책을 촉구하는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회원들과 함께 모은 담배꽁초 3만여 개비를 담배제조업체인 케이티앤지에 전달하고, 플라스틱 필터인 담배꽁초의 재활용 대책 마련 요구에 나서기도 했다.
지속가능발전 공모전 슈상자들을 위한 시상식은 9월30일 전주시 전북대학교에서 열리는 ‘2021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 행사의 자세한 일정은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누리집(
http://www.sdkorea.org/index.php)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팀장
ek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