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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땅은 누구의 생산품도 아닌데…토지공개념 살려야 투기 잡는다

등록 2021-09-16 10:39수정 2021-09-16 10:47

‘집걱정없는세상연대’ 등 공동 주최
‘주거권보장을 위한 연속 토론회’ 개최

“토지공개념은 헌법도 인정하는 개념
사유재산권과 충돌 안해”

“토지 투기 막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면
토지공개념 다시 살려야”

공공토지임대제·장기공공임대주택 등
다양한 실현 방안 제시
15일 비대면으로 열린 ‘주거권 보장 연속 토론회’에서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오른쪽 두번째) 등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집값걱정없는세상연대 제공
15일 비대면으로 열린 ‘주거권 보장 연속 토론회’에서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오른쪽 두번째) 등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집값걱정없는세상연대 제공

똑같은 30평형대 아파트라도 서울과 지방의 가격 차이가 큰 이유는 뭘까. 구조, 마감재, 편의시설까지 모든 게 똑같아도 지역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큰 이유는 토지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지는 사람이 만들어낸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차이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생긴다. 사유재산권은 사람이 생산한 물건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를 명쾌하게 해결한 것이 바로 토지공개념이다.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에 대한 사유재산권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나, 토지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므로 그에 대한 제한이 자유시장경제와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자본주의 종주국인 영국에서 이미 오래전에 정립된 토지공개념이 홀대를 받고 있다.

집걱정없는세상연대와 서울하우징랩,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함께 마련한 ‘주거권 보장을 위한 연속토론회’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부동산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다. 9월15일 비대면으로 열린 첫 토론회는 ‘주거권과 토지공개념’을 다뤘다. 발제자로 나선 김태근 민변 민생경제위원장(변호사)은 토지공개념이 우리 헌법도 인정하는 개념임을 강조했다. 헌법재판소가 1989년 12월22일 내린 결정(88헌가13, 국토이용관리법상 토지거래허가제 합헌 결정)이 대표적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생존권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토지소유권은 이제 더이상 절대적인 것일 수가 없었고 공공의 이익 내지 공공복리의 증진을 위하여 의무를 부담하거나 제약을 수반하는 것으로 변화되었으며, 토지소유권은 신성불가침의 것이 아니고 실정법상의 여러 의무와 제약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으로 되었으니 이것이 이른바 토지공개념 이론인 것이다.’

김 변호사는 토지공개념에 충실한 주거 정책으로 장기공공임대주택을 들었다. 소득 분위 70%까지 자유롭게 어울려 살 수 있는 도심 내 장기공공임대주택 정책이 “토지공개념 정신의 진정한 실현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구촌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선정된 비엔나의 경우, 시민의 50%가 임대주택(시영주택+기금지원주택)에 거주한다”고 소개했다. 임대료 수준은 소득 분위 70%까지 시장 임대료를 부과하되, 각 소득 수준에 따라 주거급여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김 변호사는 “한국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적인 임대주택과 임대료를 결정함으로써, 소득 수준에 따른 주거지 분리 및 공공임대주택의 슬럼화로 인해 공공임대주택의 이미지만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토지라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것은 한정된 토지가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사람에게 배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의 토지공개념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남 소장은 토지공개념 실현 방식을 조세적 접근과 소유권적 접근으로 나눠 제시했다. 조세적 접근은 토지보유세 강화다. 사회가 만든 토지 가치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면 토지의 효율적 사용을 촉진하고 토지 투기를 차단할 수 있다. 그는 “토지보유세로 거둔 돈을 전 국민에게 배당하면 조세저항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유권적 접근은 공공토지임대제의 확대다. 이 제도는 공공이 민간 토지를 수용·조성한 뒤 매각하지 않고 임대하는 것이다.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건물까지 임대하는 장기 공공임대주택이 있다. 토지를 수용·조성한 비용은 바로 회수할 수 없으나 토지임대료가 토지 조성 비용의 금융 이자보다 높고 계속 상승하기 때문에 원금 회수는 충분히 가능하다. “공공토지임대제를 확대하면 자가 보유의 가능성은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동시에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성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남 소장은 주장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김건호 정의당 정책연구위원은 “토지공개념을 구현하는 핵심 제도는 토지초과이득세”라며 같은 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토지초과이득세법 도입을 촉구했다. 그는 “본래 목적과 관련 없이 보유하는 유휴토지에 세금을 부과하면 개인이나 법인이 투기 목적으로 땅을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3년마다 유휴토지의 지가를 조사해 정상 지가상승분 대비 초과 지가상승분에 대해 누진적인 세율을 적용하면 투기 이익을 효과적으로 환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거권보장 연속 토론회의 2차 토론회는 9월29일 ‘주거급여와 주거권 보장’을 주제로 열릴 예정이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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