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 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부산 신항을 떠나고 있는 선박. 에이치엠엠(HMM) 제공
8월 수출 실적이 532억3천만달러로 집계됐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밝혔다. 작년 같은 달보다 34.9% 늘어난 수준이며, 8월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다.
1~8월 누계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6% 늘어난 4119억달러에 이른다. 산업부는 역대 최단기에 4천억달러 돌파 기록을 쓴 것이라고 밝혔다. 연간 수출액이 유일하게 6천억달러를 넘겼던 2018년 1~8월 누계 수출액은 3997억달러였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8월 일평균 수출액은 23억1천만달러로 이 역시 8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수출은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5개월 연속 20% 이상 성장했다는 기록도 남겼다. 수출 증가율이 5개월 연속 20% 이상 증가한 것은 2010년 4~8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또 3개월 연속 주요 15대 품목이 모두 증가했으며, 사상 처음으로 15대 품목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산업부는 반도체·석유화학·일반기계 등 주력 산업이 꾸준히 선전하는 가운데, 바이오헬스·이차전지·농수산식품·화장품 등의 신산업이 역대 8월 수출액 1위를 기록하며 전통산업과 유망산업이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는 14개월 연속 증가세 속에 4개월 연속 수출액 100억달러를 웃돌았고, 8월 수출액은 117억달러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위 5위권 수출품인 석유화학(49.8억달러)과 일반기계(40.7억달러)는 주요국들의 제조업 경기 회복에 따라 8월 기준 역대 수출액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입은 44.0% 증가한 515억6천만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16억7천만달러로 16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가 수출 상승세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고, 석유화학·일반기계가 든든한 허리가 돼 주면서 바이오헬스·이차전지 같은 유망 품목들은 급성장하며 대외변수에 흔들림 없이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이는 결국 제조업 경쟁력”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문 장관은 다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 물류 애로, 부품공급 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은 지속 관리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수출은 이렇게 펄펄 날고 있지만, 내수 경기는 부진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탓이 크다. 통계청이 전날 내놓은 7월 산업활동동향 자료에서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계절 조정)는 119.3(2015년=100)으로 전달보다 0.6% 줄었다. 소매판매액도 5월(-1.8%) 이후 두 달 만에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등 외출 감소에 따른 의류 판매 감소로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줄었고, 원부자재 공급 차질로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쪽의 온기가 내수로 잘 연결되지 않는 산업 구조에서 수출과 내수 경기의 온도 차는 양극화의 골을 더 깊게 할 것이란 걱정으로 이어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부진 속에서 수출이라도 호조를 띠는 건 그나마 다행이나, 한 가지 걸리는 게 물량은 그다지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수출 호조가 주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어서 실질적인 증가세는 제한적이란 설명이다. 주 실장은 또 “수출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부품, 기술, 소재를 밖에서 많이 사 오는 산업 구조여서 수출 호조가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