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포스코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논란…‘ESG 경영’에 걸림돌 되나

등록 2021-08-24 09:52수정 2021-08-24 09:59

검찰 8월12일 포스코 센터 압수수색
경영진이 미공개 정보 이용했는지 수사
포스코, “책임경영 차원에서 매입” 반박

수사결과 혐의 인정되면 윤리경영에 큰 타격
ESG 평가에도 악영향 줄 듯
서울 강남구 포스코 센터 류우종 기자
서울 강남구 포스코 센터 류우종 기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월1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 센터를 압수수색 했다.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임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다. 올 3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금속노조는 최 회장 등 포스코 임원 64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이 지난해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외부에 공개하기 전에 개별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게 고발 취지다. 자본시장법 제174조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고발 당시 만해도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이 고발 5개월 만에 포스코 센터를 압수수색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발 내용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1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향후 1년 동안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주가 관리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최 회장 등은 이보다 한달 전쯤인 3월 12일부터 27일까지 포스코 주식 1만9209주(주당 17만원, 32억6000만원)를 개별적으로 사들였다.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책임경영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해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주식을 매입했다”는 게 포스코 쪽 설명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사회 결의 직전에 자사주를 매입했고,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 1년 뒤에는 임원들이 평균 1억원 정도의 미실현 이익을 거두는 바람에 논란이 됐다. “미공개 정보(자사주 의결)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산 것이다.

더욱이 자사주 매입 업무를 총괄하는 ‘재무통’ 임원들이 앞장선 모양새가 돼 더욱 의심을 받았다. 첫 주자가 바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전중선 부사장이었다. 그는 2020년 3월12일 1천주를 매입했다. 전 부사장은 전략기획본부장과 글로벌인프라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튿날에는 임승규 당시 재무실장이 300주를 매수했다. 임 실장은 자사주 매입 실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나흘 뒤인 3월17일에는 포스코의 첫 CFO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최 회장이 615주를 매수했다. 이들은 모두 회사의 살림살이를 환히 꿰고 있는 핵심 경영진이다. 이들의 뒤를 이어 60여명의 임원들이 자사주 매수에 합류했다.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후 10여일이 지난 4월10일 포스코 이사회는 2020년 4월13일부터 2021년 4월12일까지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포스코 시가총액의 6%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포스코는 임원들과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한다.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다른 여러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임원들이 솔선수범의 자세로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자 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주식을 지금도 그대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익 추구행위가 전혀 아님이 명백하다”고 주장한다. 또 이사회가 자사주 매입 결정을 내린 것은 “기관투자가들이 자사주 매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당사 임원들의 주식 매입 시점에서 회사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구체적인 의사결정은 전혀 이뤄진 바 없으며, 해당 정보를 전달받은 바도 없으므로 서로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코로나 발생 이후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한 사례는 포스코 말고도 많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최근 시총 500대 기업(7월1일 기준)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 7월30일까지 자사주 매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대표이사 5명 중 1명 꼴로 자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 88만주(약 8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과 김종구 파트론 회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각각 자사주 20만주 이상을 사들였다. 이 기간 동안 총 852명의 전·현직 대표이사 가운데 144명이 총 473만7160주(1514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1719억원의 평가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포스코처럼 60여명에 이르는 임원들이 회사의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 직전에 집중적으로 매입한 사례는 없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김종보 변호사는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려면 자사주 매입 결의 이후에도 자사주를 샀어야 하는데, 그런 임원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호재성 공시(자사주 매입) 이전에 매입했다. 그래서 포스코 쪽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주주환원정책으로 통한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중에 유통하는 주식 수가 줄어 주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매입된 자사주의 소각을 전제로 한 것이다. 소각하지 않고 보유할 경우 주주의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포스코는 최근까지 모두 4차례 자사주를 매입했다. 1994~1998년 468만6천 주, 1999~2000년 1277만1천 주, 2003~2007년 1319만8천 주, 그리고 최근(2020~2021년)의 449만 주 등 모두 3514만5천 주를 매수했다. 1999~2000년은 민영화를 위해 정부 지분을 매입했고, 나머지는 ‘주가 안정 관리 및 주주가치 제고’ 명목으로 사들였다. 이 가운데 소각한 물량은 929만4천 주에 불과하다.

포스코는 런던과 도쿄 해외상장 및 우리사주신탁제도(ESOP) 출연 등을 위해 1429만 주를 처분했고, 나머지 1156만1천 주는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포스코의 내부 지분율은 13.26%에 달한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10.16% 보다 지분율이 높다. 이를 두고 포스코 경영진이 경영권 안정을 위해 자사주를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우호적인 주주에게 자사주를 팔아서 의결권 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과거 이런 의도로 보이는 거래를 몇 차례 했다. 포스코는 2009년 10월16일 국민은행과 상호 주식 매입 목적으로 자기주식처분 결정을 공시했다. 자사주 46만2962주(약 2500억원)를 처분해 국민은행이 보유한 KB금융지주 주식을 매입하고, 국민은행에 그만큼의 자사주를 매각하는 내용이다. 2011년 1월에도 국민은행과 비슷한 거래를 했다. 자사주 34만2955주(처분금액 1649억원)를 처분해 KB금융지주 주식을 매입했다. 2013년 11월에도 자사주 4만8236주(140억원)를 매각했는데, 이는 포스코가 일본 요도가와제강의 주식 1.63%를 매입하고 요도가와 제강이 포스코 자기주식 0.05%를 매입하는 거래였다.

포스코는 최근 자사주를 활용해 11억유로(약 1조5천억원) 규모의 그린본드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2차 전지와 그린수소 투자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한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경영’ 차원의 조처다. 교환사채의 교환 대상은 포스코가 보유한 자사주 293만여 주다. 포스코는 국내 최대인 연간 8천만톤의 온실가스 배출로 ESG에 구조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이번 조처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투자인 셈이다.

하지만 검찰의 강제수사는 포스코의 ESG 경영에 자칫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수사 결과 경영진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가 인정되면 윤리경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윤리경영은 ESG의 기본이다. 검찰 수사 결과는 다른 대기업에 견줘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포스코 이사회의 위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영진의 윤리경영을 감독해야 하는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사회의 독립성은 기업지배구조(G)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ESG 평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검찰의 강제수사로 포스코의 ESG 경영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참고자료

1. <자사주 처분과 내부자 거래> 김인중 김태규(2019)

2. <기업지배구조 건전화를 위한 자기주식 과다보유 제한의 정합성 검토> 고은정(2019년) </ceo스코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담화에…주가·원화가치 상승분 반납 1.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담화에…주가·원화가치 상승분 반납

국민 74.8% “윤석열 즉시 하야·탄핵해야” [리얼미터] 2.

국민 74.8% “윤석열 즉시 하야·탄핵해야” [리얼미터]

명품 아울렛까지 들어간 다이소…경쟁력은 어디서? 3.

명품 아울렛까지 들어간 다이소…경쟁력은 어디서?

‘리니지 성공 신화’에 발목 잡혔나…엔씨소프트, 신작마저 부진 4.

‘리니지 성공 신화’에 발목 잡혔나…엔씨소프트, 신작마저 부진

‘GTX-A’ 운정중앙~서울역 28일 개통…파주~서울 22분 만에 5.

‘GTX-A’ 운정중앙~서울역 28일 개통…파주~서울 22분 만에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