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호 태백시장이 지난 23일 태백시청 회의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지역 경제에서 비중을 키워가고 있는 풍력발전 사업에 대한 견해와 육성 계획을 밝히고 있다. 태백시청 제공
“바람은 공공재니까요.”
류태호(58) 태백시장은 지난 23일 태백시청 회의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지역 풍력발전회사들과 이익 공유제를 추진하기로 뜻을 모으고 있다”며 “바람은 개인이나 특정 기업의 소유가 아닌 공공재이니 거기서 나오는 수익 일부를 지역 공헌으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발전회사들도 여기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으며 연내 관련 조례를 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전회사들의 기존 지역 공헌 사업의 규모를 키우고 제도화·공식화로 한 단계 높이는 방식이다.
태백 지역에 설치돼 운영 중인 풍력발전 단지는 가덕산 발전소를 포함해 모두 8개소에 이른다. 태백시에 따르면 발전용량 173MW로 강원도 전체 풍력발전 공급 능력의 33%를 차지한다. 평창(159MW) 지역을 웃돌아 강원도 내 1위일 뿐 아니라 제주 지역을 빼고는 전국 기초 단체 중 가장 큰 규모여서 ‘풍력발전 1번지’로 꼽힌다. 추가 조성될 예정인 12개소가 더해져 20개소로 늘어나면 발전용량은 450~500MW급으로 커진다. 주민참여형으로 이름을 알린 가덕산풍력발전 1단계 12기(43.2MW)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절반만으로 태백시 전체(1만7천 가구 남짓)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류 시장은 “태양광도 마찬가지이나, 풍력 발전단지 조성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 낮아 발전 사업자들이 제일 힘든 부분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지역 주민들로선 반발할 수밖에 없다. 가덕산에 앞서 설치된 매봉산 풍력발전 단지 같은 경우 배추밭에 지어져 농사에 직접 손해를 끼친다. 저주파 소음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어지간히 떨어진 지역에서도 경관을 해친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민 참여형 투자나 이익 공유제 같은 방식을 통해 수용성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태백 지역 경제를 대표하는 업종은 지금도 ‘석탄’이다. ‘지역 내 총생산’(GRDP) 1조원가량 중 25%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태백시에서 가장 큰 기업은 장성광업소로 800명가량 고용하고 있다. 광산업 절정기였던 1980년대 후반에는 45개 광산이 있었고, 장성광업소 한곳에 근무하는 이들만 6천명에 이를 정도였다. 20~30년에 걸쳐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었고, 이는 앞으로도 이어질 흐름이다. 태백시로선 풍력발전 같은 미래형 대체 산업을 키워야 할 절실함을 안고 있다.
류 시장은 “풍력발전단지 조성 뒤 운영회사 한 곳당 필요 인력이 5~6명, 현재 운영 중인 8개 업체를 다 합해도 30~40명 정도여서 직접 고용 효과는 크지 않지만,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작지 않고, 파생적인 효과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덕산 풍력발전 1단계 사업에 들어간 사업비만 1250억원에 이를 정도로 커 지역 경기를 일으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류 시장은 “단지 조성 뒤엔 연관된 사업, 유지·보수를 맡는 전문 업체들이 지역에 생겨나는 움직임도 긍정적”이라며 “앞으로 풍력발전 사업을 확대하고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박진영 태백시청 일자리경제과장은 “풍력발전은 주민 수용성이 낮고 단위당 투자비가 비교적 많이 드는 것은 약점이지만, 유리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1MW 발전용량 시설을 짓는 데 드는 사업비가 풍력 쪽은 25억~30억원가량으로 태양광(15억원)보다 높은 반면, 이용률(발전효율)은 평균 23~24%로 태양광(15%)을 앞선다는 설명이다. 기상 여건에 따라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의 문제성을 같이 안고 있긴 해도 주·야간 구분 없이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속성을 띠고 있다는 점도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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