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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가난은 무조건적 지원 아닌 ‘자활’로 극복할 수 있게 해야”

등록 2021-07-12 09:55수정 2021-07-12 10:02

16회 사회적 경제 정책포럼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과 전망, 평가
코로나 위기 상황서 사회적 기업 앞장
‘고용조정제로 선언’ 등 발빠르게 대응
관계망 중심의 사회적 자본 단단한 덕분
“사회적 경제 내 취약계층 고용 유지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 필요”
지난 6일 서울 양천구 <시비에스>(C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6회 사회적 경제 정책포럼. 왼쪽부터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송유정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 이사장,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줌으로 토론에 참여한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이사, 구명숙 사회적협동조합공동체관악 이사,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경영기획실장. 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장
지난 6일 서울 양천구 <시비에스>(C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6회 사회적 경제 정책포럼. 왼쪽부터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송유정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 이사장,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줌으로 토론에 참여한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이사, 구명숙 사회적협동조합공동체관악 이사,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경영기획실장. 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장

서울역 인근, 화려한 빌딩 숲 사이에 있는 동자동 쪽방촌에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마을협동조합이 있다. 동자동 주민들은 2011년 직접 모은 2천만원의 출자금으로 금융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조합원 대부분이 신용불량자라 제도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주민들이다. 연 2%라는 저렴한 이자로 서로 돈을 빌려주고 갚는다. 설립 이후 출자액은 2019년 기준 3억3천만원. 2019년에 생활비·의료비 등을 충당하기 위한 532건, 1억여원 규모의 대출이 있었는데, 상환율은 88.7%에 이른다. 주민들끼리 마음을 나누는 사업을 꾸리기도 했다. 거동이 불편한 쪽방 주민에게 반찬을 만들어 주거나 집 안에 선반을 만들어 주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양천구 <시비에스>(C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6회 사회적 경제 정책포럼에 기조발제자로 참여한 김종걸 한양대 교수(글로벌사회적경제학)는 동자동 사례를 소개하며 “가난한 주민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라 주민들끼리 스스로 협동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에 있다. 이것은 사회적 경제가 지향하는 정체성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사회안전망으로서 사회적 경제의 역할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이 주관하고, 사회적기업 행복나래가 후원했다. 이날 행사는 사회적 경제가 사회안전망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자리였다.

김 교수는 “노동과 복지의 통합을 일컫는 생산적 복지는 2000년도 국민기초생활 보장법과 2012년도 사회적기업 육성법 시행을 거치며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경제는 정부와 시장이 발견하지 못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자립에 앞장선다”고 전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도 “불안정 고용, 산업안전 미비, 휴게시간 같은 근로 기본권 미보장 등 시장 실패 문제를 노동통합형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공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가장 먼저 나서기도 했다.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231개 사회적 경제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고용조정 제로’ 선언을 했다. 고용주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행위였지만, 취약계층 고용에 앞장서는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스스로 정체성을 유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사회적 경제가 위기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경영기획실장은 ‘사회적 자본’에서 이유를 찾았다. 그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의 개발도상국 사회적 경제 조직 코로나19 지원 사업 결과를 소개하면서 “적은 지원금이었지만 사회적 경제 조직은 공동체 관계망을 기반으로 하기에 서로 연대하며 버틸 수 있는 기회가 됐고, 그 결과 고용과 생산량을 회복할 수 있었다. 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적 자본이 더 단단해진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취약계층 고용 책임을 사회적 경제 기업에만 전가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이사는 사회적 기업 경영 경험을 공유하면서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취약계층을 지속 고용하면서 동시에 일반 영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한시적인 재정·일자리 지원 사업이 지속 사업으로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원 교수는 장애인 고용 사회적 경제 기업 모델 확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출소자, 보호 종료 아동, 북한이탈주민 등 노동시장에서 차별받고 일자리 기회를 얻기 어려운 사람들을 고용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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