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경기 호황에 힘입어 2분기에 영업이익 12조원을 웃도는 ‘깜짝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지난 1분기보다 줄었지만 2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 경영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12조5천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지난해 2분기(매출 53조원, 영업이익 8조1500억원)에 견줘 매출은 18.94%, 영업이익은 53.4% 증가했다.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른 시장 전망치 평균(매출 61조4427억원, 영업이익 10조7408억원)을 훨씬 웃도는 ‘깜짝 실적’으로 평가된다. 매출은 2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이며, 영업이익은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 이후 11분기 만에 가장 높다.
지난 1분기에 견줘 매출(65조3900억원)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9조3800억원)은 3조원 이상 늘었다. 1분기에 부진했던 반도체 부문이 실적 호전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2분기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수요가 이어지며 피시(PC)용 반도체 판매가 양호했고, 데이터센터용 서버 수요가 늘어 삼성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4월 디램 고정거래 가격은 최대 26% 오르며 2017년 반도체 초호황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연초 미국 텍사스주의 기습 한파로 가동 중단됐던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이 5월부터 정상 가동돼 1분기에 발생했던 손실을 줄었다. 모바일(IM) 부문은 2분기 들어 성장세가 다소 주춤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신제품 출시 효과가 없었고 인도·베트남에서 코로나19가 퍼져 수요 감소와 생산 차질을 빚은 탓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호황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50조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넘어선 것은 반도체 장기 호황기였던 2017년(53조6450억원), 2018년(58조8867억원)뿐이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5조9939억원이었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호조세가 3분기에도 이어져 16조3천억원에 이르고, 연간으로는 52조65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3분기에 14조7천억원, 연간 50조54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에도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이유로 한화투자증권은 “디램과 낸드플래시 평균 판매가격이 8%, 7%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반도체 수익성이 호전될 것으로 보이며 주춤했던 스마트폰 사업도 폴드3·플립3 출시에 따라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흥국증권은 “메모리 판매가격 추가 상승 지속으로 반도체 부문의 개선, 무선통신의 신모델 출하에 힘입어 하반기에도 실적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연간 49조3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호조세에도 주가는 내려갔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장중 내내 약세를 보였으며, 전날보다 0.49% 떨어진 8만8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말 5만6600원에서 올해 1월 11일 9만1천원까지 60%가량 오르며 10만원선 돌파 기대감을 키우다가 되떨어져 최근 들어 8만원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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