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소버린?
시세차익 벌기?
시세차익 벌기?
‘제2의 소버린 사태’로 치닫을까?
아니면 지분을 담보로 경영진을 압박해 보유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되파는 그린메일의 전형적인 수순일까?
미국의 억만장자 칼 아이칸이 지난 3일 케이티앤지(KT&G)의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3대 주주로 등재했다고 공시한 것과 관련해, 증권업계에서는 2003년 4월 에스케이㈜ 경영권 분쟁을 불러온 ‘제2의 소버린 사태’로 치달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칼 아이칸이 19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그린메일 형태로 미국 등지에서 수차례 큰 차익을 남기고 철수한 사례가 있었던 점을 들어, 이번 케이티앤지의 지분매집도 경영권 분쟁보다는 다각적인 압력을 통해 주가상승 등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데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견해는 특히 케이티앤지가 지난 87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산가치가 장부가보다 훨씬 높게 평가되고 있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전국 4곳에 흩어진 옛 연초제조창 등 담배제조 관련 시설 터가 대부분 대도시 인근에 있는데다, ㈜ 한국인삼공사와 영진약품판매㈜ 등 4개의 100% 출자회사와 2개 관계회사가 대부분 알짜배기로 알려져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에서는 옛 담배제조 시설 터만 해도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한국인삼공사만 해도 상장되면 당장 6000억원이 넘는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런 점을 들어 “칼 아이칸 쪽이 아직 3대 주주여서 경영권 획책이나 청산을 통한 자산획득보다는 경영진 압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한 기업재평가와 자산배분에 더 큰 관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증권가의 또 다른 전문가도 “칼 아이칸의 의중이 케이티앤지 주가부양에 있는 만큼, 안정적인 경영 상태를 해치면서까지 경영권 분쟁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케이티앤지가 외국인 지분율은 63.1%인 반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9.6%)를 빼면 우호세력은 기업은행(5.9%)과 우리사주(6.1%) 등 12%에 불과해 외국인 투자자간의 연대 시도는 언제든지 큰 파급력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케이티앤지 쪽도 이를 염두에 두고 최근 자사주 300만주를 추가 매입키로 결의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칼 아이칸 쪽은 내달 예정된 주총에서 자기들 몫의 사외이사 3명의 추천권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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