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월29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라크로스의 교통공사를 방문해 인프라 투자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라크로스/AP 연합뉴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1300조원(1조209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현지 지원반’이 신설된다. 저신용 국가 해외 인프라 건설 수주 기업을 지원하는 수출입은행 특별계정 규모는 1조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된다.
5일 정부는 제223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의 ‘해외수주 활력 제고 및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등에서 대규모 인프라 부양책이 발표되고, 글로벌 차원에서 공항·철도는 물론 새도시 개발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6월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공화당 초당파 상원의원들과 5년 동안 9730억달러(약 1070조원), 8년 동안 1조2090억달러(약 1300조원)를 사회기반시설(인프라)에 투자하는 예산안에 합의한 바 있다.
정부는 우선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인프라도시개발공사(KIND), 코트라, 수출입은행 등이 참여하고 국토교통부 국장급을 반장으로 하는 ‘현지 지원반’을 신설하기로 했다. 연내 제2차 한미 인프라 워킹그룹을 개최해,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인 대미투자 계획 및 원전 부문 협력과 연계한 수주 기회를 모색한다.
개발 수요가 많으나 불안전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국가신용도가 낮은 고위험 저신용 국가에 진출하는 기업을 위한 수출입은행(수은) ‘특별계정’ 규모도 1조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된다. 수은 특별계정은 국가신용도(B+ 이하)가 낮아 수은 일반계정으로는 지원이 곤란한 저신용국의 인프라 사업수주 지원을 위한 계정으로 2019년~2021년 1조원 규모로 조성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라크와 같은 중동국가는 내전 등으로 폐허가 돼 개발 수요가 많고 중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다른 지역에 견줘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곳”이라며 “신흥 시장 선점을 위해 고위험국으로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한 지원”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공기업들이 해외 건설 시장 진출을 총괄 기획하고 지분 투자까지 나서는 ‘디벨로퍼’ 역할도 강화된다. 국내 공기업은 국내 인프라 개발 경험이 많고 신용도가 높아 민간 건설사가 독자적으로 수주에 나서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공항공사의 페루 친체로 공항, 한국도로공사의 카자흐스탄 알마티 도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폴란드 바르샤바 신공항 수주 등 공기업이 민간 건설사와 공동으로 해외 건설 사업을 수주한 성공 모델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그밖에 해외 진출 기업들의 초기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던 사업타당성 조사(F/S) 비용 지원 규모를 확대한다. 사업타당성 조사 단계 이후 제안서 작성 비용도 신규로 지원하기로 했다. 해외 건설 수주를 위해 출국하는 출장 직원 및 동반 가족들에게 ‘백신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해 기존에 신청~접종 완료까지 3개월이 소요되던 것을 1개월 이내로 단축한다. 3월부터 해외건설 기업인 가운데 469명이 백신 우선 접종 혜택을 받아 1차 접종을 완료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선정한 수주 가능 글로벌 인프라 프로젝트 가운데 10대 프로젝트를 선별해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10대 프로젝트 전체 사업비 규모만 733억불(약 82조7850억원) 규모다.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실적은 2019년 대비 57% 증가한 39조6300억원(351억불)을 달성했다. 올해 목표는 33조8820억원(300억불) 규모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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