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달걀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이날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4% 상승했다. 특히 달걀과 마늘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연합뉴스.
소비자물가가 석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축산물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가고, 석유류와 개인서비스 등의 오름세도 지속된 영향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4% 상승했다. 다만 5월(2.6%)보다는 상승폭이 줄었다. 이로써 2분기(4∼6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5% 올라 2012년 1분기(3.0%)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10.4% 올라 6개월째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마늘(48.7%), 고춧가루(35.0%) 등 농산물 가격이 14.1% 오르며 물가를 끌어올렸다. 달걀(54.9%), 국산쇠고기(7.1%) 돼지고기(6.2%) 등 축산물 가격도 9.5% 상승했다. 달걀은 정부가 무관세 수입량을 늘렸는데도 가격이 안정되지 않고 있다. 공업제품은 2.7%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경유(22.4%), 휘발유(19.8%), 자동차용 액화천연가스(LPG·17.2%) 등 석유류가 19.9% 올랐다.
서비스 물가는 1.6%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0.6% 내렸지만 개인서비스가 2.5% 올랐다. 특히 구내식당식사비(4.4%), 생선회(5.5%) 등 외식 물가가 2.3% 올라 2년 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집세는 1.4% 상승해 2017년 11월(1.4%)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전세는 1.9% 올랐고 월세(0.8%)는 13개월째 상승 중이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는 1.5% 올라 넉달 연속 1%대 상승률을 보였다. 2017년 9월(1.6%) 이후 3년 9개월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하반기에는 국제유가의 기저효과 약화와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 둔화로 물가상승률이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심리가 빠르게 개선돼 개인서비스 가격은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농축수산물 가격은 다소 둔화하고 국제유가도 오름세가 더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이 3분기까지는 2%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여름철 여행 성수기를 맞아 서비스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과자·라면·우유 등 음식료업계가 곡물 등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을 제품가격에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변수다. 오재영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추가경정예산 효과에 따른 소비회복과 백신접종 가속화로 하반기에 개인 서비스물가는 재차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물가가 안정목표치인 2%를 지속적으로 웃돌아 기준금리 조기 인상론에 힘을 실어줄 지 관심이 모아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2년 7개월 만에 단독으로 만나 “통화정책은 경제상황 개선에 맞춰 완화정도를 조정해,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의 정교한 조화와 역할 분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재정정책은 취약부문까지 경기회복을 체감하도록 당분간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정훈 한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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