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화물이 쌓여 있는 부산항. <한겨레> 자료 사진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액이 처음으로 3천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주력 품목에서 고르게 반등한 데서 비롯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수출액이 548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39.7% 늘었다고 1일 밝혔다. 상반기 전체로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1% 늘어난 3032억4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상반기 수출액이 3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8년 상반기 2967억달러였다.
기존 상반기 역대 1위를 기록한 2018년 연간 수출액(6049억달러)은 지금까지 유일하게 6천억달러를 넘어선 바 있다. 상반기 증가율(26.1%)은 2010년 상반기(34.3%)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일평균 수출액은 22억5천만달러로 이 역시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8년 상반기의 22억3천만달러였다.
산업부는 “2001~2002년 아이티(IT) 버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5~2016년 저유가 때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반등했다”고 풀이했다. 코로나19가 수출에 본격 영향을 끼친 작년 2분기 이후 두 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는 점에서다. 글로벌 교역 위기 뒤 1년 지난 시점에서 이번이 유일하게 기저효과를 넘어서는 증가율을 나타냈다고 산업부는 덧붙였다.
상반기 기준 1991년, 2004년에 이어 세 번째로 주력 15개 품목 모두 플러스를 기록한 점도 눈에 띈다. 일반 기계(9.1%), 컴퓨터(6.0%)를 제외한 13개 품목은 두 자리 증가세를 나타냈다. 자동차(49.9%), 차부품(43.6%), 디스플레이(25.5%), 가전(38.1%), 이차전지(24.1%)는 2010년 상반기 이후, 철강(27.1%)과 섬유(14.7%)는 2011년 상반기 이후 최고 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고른 상승세를 보였다. 2018년의 상반기의 경우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액의 57%를 차지한 데 견줘 올해 상반기엔 그 비중이 16.4%였다는 점도 품목별 고른 성장세를 반영하는 기록이다.
수출 지역 다변화도 성과로 꼽힌다. 상반기 기준으로 9대 지역 중 중동(-5.8%)을 제외한 8개 시장 수출이 증가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이 44.5%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인도(38.5%), 중남미(35.8%), 미국(34.6%) 지역에 대한 수출 증가 폭도 큰 편이었다.
산업부는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중간재, 소비재 수출이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 큰 폭으로 반등한 것이 상반기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선박 등 기존 주력 품목들의 질적 고도화가 이뤄져 큰 폭의 수출 반등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상반기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0% 늘어난 2851억1천만달러로 나타났다. 국내 경기 회복세에 따른 생산시설 가동률 상승과 투자 및 소비 심리 개선으로 1차 산품, 중간재, 자본재, 소비재 수입이 고르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무역수지는 181억2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6월 한 달 기록만 보면, 역대 6월 중 최고 기록이며, 역대 모든 달과 견줘선 2017년 9월 551억달러, 2018년 10월 549억달러에 이어 3위 실적이다. 4개월 연속 500억달러 돌파이기도 하다. 4월 41.2%, 5월 45.6%에 이어 석 달 연속 40% 안팎의 높은 성장세도 이례적이다. 2분기 전체 수출은 42.1% 증가하며 1977년 1분기 이후 분기 기준 처음으로 40%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