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차에서 10년, 캠핑장에서 10년…전기차 폐배터리의 ‘인생 2막’

등록 2021-07-01 04:59수정 2021-10-06 14:19

다 쓴 전기차 폐배터리 ‘파워뱅크’로 수명 10년+10년 연장 성과
‘샌드박스’ 통과 뒤 지자체서 모듈 15개 확보…7월부터 생산 채비
배터리 모듈을 회수, 분석, 재처리, 재구성해 만든 굿바이카의 휴대용 보조전원장치(파워뱅크) ‘바스트로’(BASTRO). 너비 21.4cm, 길이 48.0cm, 높이 13.05cm 크기이며 무게는 14.2kg 수준이다. 굿바이카 제공
배터리 모듈을 회수, 분석, 재처리, 재구성해 만든 굿바이카의 휴대용 보조전원장치(파워뱅크) ‘바스트로’(BASTRO). 너비 21.4cm, 길이 48.0cm, 높이 13.05cm 크기이며 무게는 14.2kg 수준이다. 굿바이카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규제 특례) 지원센터에 전기차 폐배터리 사용에 얽힌 규제를 개선해달라는 요청이 접수된 건 지난해 4월이었다. 폐차 처리업으로 시작해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굿바이카(대표 남준희) 쪽에서 제기한 사안이었다.

대기환경보전법상 전기차는 보조금을 지원받기 때문에 폐차 때 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하게 돼 있다. 재사용이나 성능·안정성에 관한 기준도 없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그해 10월 ‘산업융합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어 자원순환과 환경보호 효과를 고려해 이에 대한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굿바이카가 안전성 시험 뒤 2년간 캠핑용 파워뱅크(휴대용 보조전원장치) 2천대를 서울‧경기도 내 캠핑장에 보급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실마리였다.

규제 특례에 따라 제작된 굿바이카의 결과물은 7월부터 나올 예정이다. 신청 단계에서부터 샌드박스 관련 업무를 맡았던 굿바이카 홍용식 부장은 30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가기술표준원 안전 기준에 맞춰 6월 들어 8천만원대의 ‘충방전기’와 4천만원대 ‘내부저항 측정기’를 들여왔다”며 “7월부터 생산, 보급할 준비를 갖췄다”고 말했다.

굿바이카는 앞서 서울, 경기 하남·부천시로부터 사용후 폐기 반납된 전기차 배터리 모듈 15개를 확보해 놓고 있다고 한다. 전기차 배터리 1개로 파워뱅크를 30개가량 만들 수 있음을 고려할 때 450개 분량이다. 파워뱅크는 배터리 모듈을 회수해 성분 재처리, 재구성, 충방전 과정을 거쳐 만든다.

전기차 ‘코나’에서 떼어 낸 배터리 모듈. 굿바이카 제공
전기차 ‘코나’에서 떼어 낸 배터리 모듈. 굿바이카 제공

굿바이카가 예정대로 파워뱅크를 만들어 내면 ‘사용 후 지자체에 반납된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첫 결과물로 기록된다. 전국 지자체에 반납돼 보관 중인 사용후 배터리는 300~400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로 폐차 처리된 전기차 배터리는 보험사의 경매 처분에 따라 이미 재활용되고 있다. 굿바이카는 지난해 11월 이후 지금까지 파워뱅크를 400대 가량 만들어 렌털 또는 일시불 판매로 내보냈다고 한다. 남준희 대표는 “사고 난 전기차의 배터리가 나오면 형편 되는 대로 사들이고 있다”며 “한 달에 세 대(모듈) 정도 된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와 엘지(LG)에너지솔루션, 현대자동차가 추진 중인 전기차 충전용(현대글로비스, 엘지화학) 또는 태양광 발전용(현대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제조는 자체 보유 중인 배터리 모듈 여러 개를 묶어내는 방식이다. 모듈을 셀 단위로 쪼개 재사용하는 굿바이카의 방식은 대기업 쪽의 에너지저장장치 사업과, 모듈 분해 뒤 니켈을 비롯한 원재료를 뽑아내는 활용 방법의 중간 성격이다.

파워뱅크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전, 화재 같은 안전성 문제에 대해 홍용식 부장은 “생산물 책임자 보험을 들어 놓았고, (규제 특례) 실증 사업을 하면서 국가기술표준원과 함께 기준을 세부적으로 마련하고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만들어 판매한 제품에서 사고가 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10년가량이다. 환경부가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게 2011년이었음을 고려할 때 다 쓴 전기차 배터리 배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시점에 이른 셈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내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가 해마다 늘어 오는 2029년 7만8천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자동차·배터리 업계에선 자동차용으론 수명을 다했더라도 70~80% 효율을 유지하고 있을 경우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재사용’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굿바이카 쪽은 차량용 배터리 팩을 셀 단위로 쪼개 파워뱅크로 만들면 10년 정도 더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힌다. 배터리의 실질적인 수명을 두 배로 늘리는 방법인 셈이다.

굿바이카의 샌드박스 신청 건은 법률안 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대기환경보전법, 자원순환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올해 보급되는 전기차부터는 폐배터리의 지자체 반납 의무를 지우지 않는다. 대신 회수, 보관, 재활용을 위한 거점 수거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아직 성능 기준 마련 등 추가로 정비해야 할 법령을 남겨두고 있지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굿바이카는?

2016년 설립돼 폐차 처리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전기차 폐배터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다. 설립자인 남준희 대표는 “작년 매출 68억원에서 올해 100억원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매출 가운데 20%가량은 폐배터리 사업에서 나올 전망”이라고 말했다.

굿바이카는 앞서 하이브리드카 배터리 유지, 보수 사업을 벌인 바 있고 현재 본사를 두고 있는 사업 근거지인 경기 양주 지역에 태양광 가로등 2기를 설치해 시험 중이기도 하다. 경기 성남·양평에 영업사무소를, 서울 구로구에 부설 연구소를 두고 있다. 임직원은 남 대표를 비롯해 23명 수준이다. 남 대표는 “폐차업은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데 500개 넘는 폐차 업체 중 제조업에 나선 것은 우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