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다음 분기 경기가 지금 분기보다 좋아질 것 같습니까, 나빠질 것 같습니까?’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달 9~22일 전국 2400개 제조업체에 물었다. 분기별로 실시하는 경기전망 조사 작업이다.

대한상의가 이렇게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해 30일 내놓은 경기전망조사지수(BSI)가 103으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보다 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기준치(100)를 넘어, ‘3분기 경기를 2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처럼 기준치를 웃돈 것은 2014년 3분기(103) 이후 7년 만이다.

상의는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반등과 국내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내수회복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업종별 경기전망지수를 보면, 기계(120), 제약(113), 정보기술(IT)·가전(108), 의료정밀(106), 식음료(105) 등이 높았다. 미국 공공 인프라 확대 정책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계업종의 체감경기가 특히 좋게 나타났고, 코로나 특수성과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이오·소비재의 경기전망도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석유화학(96), 조선·부품(85), 출판인쇄(81), 비금속광물(80) 업종은 부정 전망이 우세했다.

지역별로는 충남(116), 서울(114), 광주(113), 인천(108) 등 10곳이 기준치를 웃돌았다. 충남은 ‘K-반도체’ 정책의 혜택을 볼 지역이란 점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강원(79), 전북(89), 세종(90) 등 지역은 부정 전망이 많았다. 건설업이 많이 포진해 있는 강원 지역의 경우 최근 철근, 시멘트 등 주요 건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부진한 것으로 풀이됐다.

상반기 목표 실적 달성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응답 기업의 절반가량(49.3%)이 ‘달성 혹은 초과할 것’이라고 답했다. ‘목표치에 미달할 것’이라는 응답은 50.7%였다.

‘하반기 실적에 영향을 끼칠 대내외 리스크’로는 ‘환율·원자재 가격 변동성’(67%)을 높게 꼽았다. 이어 코로나 추가 확산 우려에 따른 ‘내수 침체’(45.3%), ‘최저임금, 기업부담 법안 등 정책 리스크’(38.3%) 차례였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거시지표와 통계가 말하는 회복세보다 산업현장 일선에서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의 회복이 더 고무적이고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원자재 가격·수출 운임 변동성과 미국발 금리발작 가능성 등에 대해 정책 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