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인천, 울산 순서로 악영향을 크게 받았고, 서울이나 경기 지역에 대한 타격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이 29일 내놓은 ‘코로나 팬데믹의 국내 지역경제 영향’ 보고서를 보면, 위기 이전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 추세에 견줘 2020년에 제주 지역은 9.0%포인트에 이르는 성장률 하락 충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국내총생산 하락 폭(3.7%포인트)의 2.5배에 이른다. 인천(-7.3%포인트), 울산(-5.9%포인트), 충북(-5.5%포인트)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 위기의 충격 규모 추정은 2020년 이전 3년 지역내총생산 평균 성장률로 구한 추세와 2020년 지역내총생산 성장률을 비교해 산출했다. 연구원은 “지역내총생산은 아직 2019년 자료까지만 공표돼 있어 (2020년 수치는) 광공업 생산지수와 서비스업 생산지수를 이용해 추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영향을 가장 덜 받은 곳은 경기 지역으로 0.6%포인트 성장률 하락을 겪은 것으로 추정됐다. 전남(-1.2%포인트), 광주(-1.2%포인트), 서울(-1.9%포인트), 전북(-2.0%포인트)도 상대적으로 타격을 작게 받은 지역으로 꼽혔다.
지역별로 크게 엇갈린 충격의 분포는 각 지역의 산업 구조 차이에서 주로 비롯된 것으로 연구원은 풀이했다. 코로나 위기에서 집중 타격을 받은 업종(대면형 서비스 등)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타격을 많이 받았다는 점에 바탕을 둔 분석이다.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제주 지역은 대면형 서비스 업종인 음식·숙박업 비중이 국내 17개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고, 또 다른 대면형인 운수업과 문화 및 기타 서비스업 비중도 전국 2위다. 인천은 운수업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울산은 이번 위기에서 가장 부진한 제조업종인 화학(석유·석탄 및 화학제품) 비중에서 전국 1위 지역이다.
코로나 위기 이후 국내 경기는 2020년 2분기에 저점을 찍은 뒤 회복 흐름이나 회복 속도 역시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회복세가 가장 빨라 올해 1분기 기준 지역내총생산 성장률이 위기 전 추세 대비 1.2%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0.7%포인트), 경북(0.6%포인트), 전남(0.5%포인트) 지역도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7.7%포인트), 충남(-4.0%포인트), 인천(-3.4%포인트), 강원(-2.7%포인트), 울산(-2.2%)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두용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 위기의 경제적 영향이 주로 비수도권에서 크게 나타나 지역 간 불균형 심화가 우려된다”며 “주요 피해 지역이 부진업종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를 가진 지역들이란 점에서 업종별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과 주요 피해지역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의 두 가지 접근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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