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홈쇼핑 업체가 TV홈쇼핑 고유 영역인 ‘생방송’에 뛰어들었다. 데이터홈쇼핑 업체는 급성장하는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실시간 동영상 판매) 시장을 TV로 옮겨온다는 취지를 강조했지만, 기존 TV홈쇼핑 업계는 발끈하는 분위기다.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브랜드 ‘K쇼핑’은 10일부터 매일 1회씩 TV앱에서 생방송을 선보인다고 9일 밝혔다. 이에 TV에서 생방송 상품 판매를 전담해온 기존 TV홈쇼핑 업체들은 ‘규제 회피’가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소비자는 ‘T커머스’와 ‘TV홈쇼핑’을 특별히 구별하지 않지만, 방송법은 엄격하게 구분해서다. T커머스는 녹화방송만, 생방송은 TV홈쇼핑 인가를 받은 업체만 할 수 있다. 그간 T커머스 업체들이 2년 넘게 모바일로만 생방송을 운영했던 이유다.
K쇼핑의 우회 TV홈쇼핑 진출 방식은 이렇다. T커머스는 통상 녹화방송이 송출되는 본방송 영역과 시청자가 리모컨으로 선택해 시청하거나 상품정보를 볼 수 있는 ‘TV앱’으로 구성된 화면으로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한다. K쇼핑은 여기서 시청자가 TV앱 부분을 리모컨으로 선택하면 모바일에서 진행되는 생방송 화면으로 전환할 수 있게끔 설정했다. ‘리모컨 클릭’이라는 한 단계 ‘장치’를 두는 방식으로 방송법 규제를 피한 셈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추후엔 편성 횟수를 확대하고, 생생한 모바일 채팅까지 TV에서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쇼핑이 이렇게나마 TV로 생방송을 구현한 이유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급성장과 관련이 있다. 라이스커머스 시장은 최근 들어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은 물론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까지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가 2년 내 1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홈쇼핑의 큰 손인 5060세대를 라이브커머스로 끌어오기 위해 T커머스 업체들이 TV에도 진출한다는 얘기다. K쇼핑외에도 또다른 T커머스 업체들도 라이브 방송을 유사한 방식으로 출범할 계획이다. 한 T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라방이 워낙 잘 되다 보니 손놓고 있을 수 없는 환경”이라며 “여러 채널이 곧 라이브에 뛰어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홈쇼핑 업계에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방송 심의 등 기존 홈쇼핑 사업자들이 준수하는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문제없이 진행됐으면 한다”면서도 “정부가 홈쇼핑과 티커머스를 구분해서 허가한 취지에 (생방송 도입이) 부합하는지, 재승인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도입하는 배경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국내 티커머스 업체 10개사는 지난 4월 모두 재승인에 통과하면서 사업 유효기간이 5년 연장된 바 있다. 규제당국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K쇼핑의 계획안만 봤을 때는 채널에서 바로 생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숨겨진 이슈는 없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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