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고시장이 20조원(거래액 기준, 업계 추정) 규모로 불어나면서 자사 제품을 수거해 되파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고가 아동복 등 정품 선호가 높은 업체가 그 중심을 이룬다. 해당 업체들은 고객 충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친환경 브랜드란 이미지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닥스키즈’, ‘헤지스키즈’ 등 고가 아동복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파스텔세상’은 8일 지난해 9월 중고품 판매 플랫폼 ‘파스텔그린’을 출범한 뒤 수거한 옷이 누적 1500장을 넘겼다고 밝혔다. 특히 플랫폼 출범 직후 3개월과 비교할 때, 최근 3개월간 옷 수거량은 4배 이상 늘었다. 수거된 옷 대부분은 일주일 안에 90% 이상 넘게 파스텔그린에서 판매된다.
파스텔세상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매장에 제품을 반납하면, 회사는 제품 상태에 따라 소비자가 온·오프라인에서 쓸 수 있도록 최대 7만포인트(1포인트=1원)를 준다. 수거한 제품은 세탁·포장 등 검수 과정을 거쳐 ‘파스텔그린’에서 약 50% 넘게 할인된 가격에 팔린다. 한 예로 파스텔그린에서 헤지스키즈 남아 중고 티셔츠는 새 제품 정가보다 65% 싼 3만4천원에, 24만8천원짜리 여아 바람막이는 80% 할인된 4만8900원에 판매된다.
파스텔세상 관계자는 “아동복은 관리가 잘돼 있어도, 아이가 자라서 입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있는 브랜드의 정품을 믿고 살 수 있다고 기대하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이케아코리아도 지난해 5월 광명점을 시작으로 이케아 가구를 되사는 ‘바이백 서비스’를 그해 11월부터 전국 지점으로 확대했다. 이케아는 제품 상태에 따라 정가의 30~50% 수준으로 중고 가구를 매입한 뒤, 수리해 매장에서 싼 가격에 판매한다. 이케아코리아는 중고품 매입 규모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2020년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매출만 6634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가운데 1%만 매입하더라도 약 3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이케아 쪽은 바이백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이케아 가구에 두 번째 기회를 주세요”라는 구호를 내세워, 더는 필요 없어진 가구를 새 주인에게 찾아주면 돈도 아끼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는 원하는 상품을 믿을 수 있고 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기업은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이미지까지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와 패스트패션 에이치앤엠(H&M) 등이 자체 중고 온라인몰을 운영한다.
이들 자사 중고 플랫폼은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거론된 기업 모두 중고 제품을 판매한 소비자에게 현금이 아닌 ‘포인트’나 쿠폰을 지급해 자사 상품을 다시 한번 사도록 유도하는 식으로 운영중이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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