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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쿠팡이 나 없이는 안 된다고 했으면”

등록 2021-05-31 16:43수정 2021-06-01 02:45

쿠팡 장애인 정규직 노동자 1호 권태향씨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권태향(38)씨. 그는 지난 5월13일 자로 쿠팡에서 장애인 노동자 중 정규직 전환 1호가 됐다. 쿠팡 제공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권태향(38)씨. 그는 지난 5월13일 자로 쿠팡에서 장애인 노동자 중 정규직 전환 1호가 됐다. 쿠팡 제공
권태향(38)씨는 지난달 13일 자로 쿠팡 계약직에서 정규직이 됐다. 정규직 전환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권씨의 경우는 남다르다. 쿠팡에서 장애인 노동자 중 첫 정규직 전환 사례이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 소식을 듣자마자 어머니와 동생에게 전화했어요. 한 회사를 꾸준히 못 다닌다고 속상해하시던 어머니가 가장 기뻐하셨죠.”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권씨는 정규직 전환 통보를 받은 지 보름 남짓 지났지만 흥분이 아직 덜 가신 듯했다. 그는 그간 공장 용접공, 콜센터 직원 등 여러 일자리를 전전했다고 한다. 대부분 1년 넘게 일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한 터라, 장기근속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난 2019년 5월 쿠팡 입사는 장애인고용공단 누리집에 뜬 채용 공고를 본 게 계기였다. 우연히 쿠팡 계약직 직원이 됐지만 이제 쿠팡은 그의 ‘평생직장’이 됐다.

“재택근무가 가능해서였어요.” 쿠팡에 지원서를 낸 이유란다. 땅끝 완도에서 반려견 ‘사이다’와 함께 단둘이 지내던 그에게 재택근무 조건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권씨는 입사 후 1년 4개월 동안 쿠팡친구(배송기사) 채용팀에서 지원서류 검토와 지원자 소통 업무를 담당했다. 지원자 중엔 본인 통장으로 급여를 받을 수 없다고 호소하는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나, 만 60살을 넘겨 입사가 불가능한 이도 있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얘기를) 들어드리는 것밖에 없잖아요. 하소연도 들어드리고 회사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것 대답도 해드리면서 30분 넘게 통화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권씨는 지난 3월 본사 ‘CX 엑설런스’(고객경험 향상)팀에 발령이 났다. 여기선 배송 담당인 쿠팡친구(옛 쿠팡맨)의 ‘배송팁’(화장실 위치 등 쿠친이 수집한 배송 특이 정보를 가리킴) 검토 업무를 맡았다. 배송팁에 고객 개인정보 등이 담겨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정리하는 일이다. 동료 43명 중 23명이 권씨같은 장애인 노동자다.

권씨는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 태도에 대한 쓴소리도 내놨다.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무고용 때문에 채용하고, 계약이 종료되면 장애인을 내보내는 기업이 대부분이더군요.”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들은 전체 정원의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이날 동석한 김기령 쿠팡 인사 담당 부사장도 “쿠팡도 처음엔 의무고용 관점에서 접근했다”면서 “직무분석을 근거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장애인 노동자의) 회사에 대한 공헌도도 생기고, 일자리에 지속가능성이 생긴다”고 권씨를 거들었다. 지난해 5월 쿠팡이 장애인 일자리에만 초점을 맞춘 ‘인클루전 매니지먼트’(포용경영)팀을 신설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권씨는 정년 60살까지 쿠팡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20년 넘도록 근속한다는 그에게 장기 목표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자주 하는 말인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를 패러디한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쿠팡이 나 없이는 안 된다고 했으면 좋겠어요.”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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