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가리스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공동취재사진
‘불가리스 사태’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남양유업이 최대주주 홍원식 전 회장 일가가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다. 남양유업의 지분 53.08%를 보유한 최대주주 홍 회장 일가가 지분 매각 의지에 대해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 전 회장 가족 2명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지만, 정작 홍 전 회장 본인의 사퇴 여부는 밝히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남양유업 비상대책위원장(정재연 남양유업 세종공장장)은 17일 보도자료를 내어 “(남양유업 대주주는) 현 이사회 내 대주주 일가인 지송죽·홍진석 이사 2명은 등기이사에서 사임하고, 전문성 갖춘 사외이사 확대를 이사회에 요청하겠다”며 “또 대주주 지분구조까지 새로운 남양으로 출범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 알려왔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홍 전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 사퇴와 함께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언급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후 꾸려진 남양유업 비대위는 대주주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청했다. 대주주 일가는 이에 대한 응답으로 우선 이사회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남양유업 이사회는 이광범 대표이사를 제외한 사내이사 4명 중 3명이 홍 전 회장 일가로 구성됐다. 지송죽(92)씨는 홍 전 회장의 어머니고, 홍진석(45) 전 남양유업 상무는 홍 전 회장의 아들이다. 고령의 지씨는 지난해 이사회를 참석한 적조차 없었다. 그러나 회장직 사퇴에 따라 등기이사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던 홍 전 회장이 정작 본인의 사임 의사는 밝히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한 지 22일 만에 홍 전 회장이 사과를 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홍 회장을 포함한 대주주 일가가 회사 지분 50%를 넘게 보유한 탓에 여론은 싸늘했다. 전문경영인을 내세우더라도 발행주식의 절반을 웃도는 지분을 보유한 홍 회장이 충분히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에 지난 7일 이사회 소집을 거쳐 출범한 남양유업 비대위는 경영 쇄신책 마련과 함께 대주주에게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을 요청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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