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가 코로나19 여파에서 다소 회복하면서 꾸준히 늘던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지난달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불거진 이른바 ‘알몸 김치’ 쇼크로 국내 소비자 사이에 ‘중국 김치 기피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통계정보 ‘수입식품정보마루’를 보면, 올해 4월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1만8066t으로, 지난해 4월(1만8742t)보다 3.6% 줄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던 외식업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중국산 김치 수입량(2만6125t)이 1년 전(2만818t)보다 25%나 증가한 지난 3월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이는 지난 3월10일 무렵 국내에 이른바 ‘알몸 김치’라는 이미지가 온라인상에서 퍼진 영향이 컸다. 식약처는 중국산 김치에 대한 위생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15일 “2025년까지 중국 김치 제조업체 109곳을 현지실사 하겠다”는 내용으로 ‘수입 김치 안전·안심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중국 김치업체에도 국내 업체처럼 해썹(HACCP·식품 안전 관리 인증)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수입 김치의 99.9%는 중국산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를 제외하면 연간 김치 수입량은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2019년 연간 30만t을 넘긴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새 8.3% 감소했다. 단체급식 수요가 줄고 음식점이 영업 제한된 영향이 컸다. 올해 들어 다시 외식업 소비 수요가 기지개를 켜면서 최근 2~3월은 모두 2019년 수준으로 수입량을 회복 중이었으나, ‘알몸 김치’ 파동이 중국산 김치 수입 증가 추세에 제동을 건 셈이다.
당장 국내 김치업체가 중국산 김치 논란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는 모양새지만,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중국 김치 기피증’이 얼마나 오래갈지 주시하고 있다. 가정용 김치를 중국산으로 사 먹는 소비자는 거의 없지만, 단가 100~200원이 아쉬운 식당에서는 중국산으로 구색을 맞추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산 김치 가격은 배춧값에 따라 등락폭도 커, 안정적인 가격에 김치를 공급받기 어렵다.
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관계자는 “일반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를 돈 내고 먹는다는 소비자 인식이 없다시피하다. 국내산 김치를 쓰면 판매 단가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상집 대한민국김치협회 전무는 “당장은 알몸 김치 논란 때문에 국산 김치를 선호할 수 있지만 논란이 다소 잊혀져도 식당에서 지속적으로 국산 김치를 선호할지는 의문”이라며 “배추 등 원자재 가격 안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정은 세계김치연구소 전략기획본부장은 “소비자도 중국산 김치가 싫다고 하는 것을 넘어 ‘좋은 김치는 돈내고 사먹는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국산 김치가 식당에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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