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매장 내 공간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 세미다크스토어. 롯데쇼핑 제공
마트 부문 인력 구조조정과 온라인 부문 수장 퇴진이 겹치면서 ‘유통 공룡’ 롯데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앞서 롯데쇼핑은 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 수장인 조영제 이커머스 사업부장(대표)가 물러나고, 마트 부문은 199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원부터 부장까지 전 직급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혹독한 ‘군살 빼기’ 와 함께 오프라인 점포와 온라인 시장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추진 중인 물류 거점화 전략이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만 탓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롯데쇼핑 전체 매출은 16조762억원으로, 2016년(29조5264억원)에 견줘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409억원에서 3461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생필품 쇼핑 시장이 빠르게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마트와 슈퍼 실적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마트의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이익은 20억원에 그친다. 슈퍼는 이익은 커녕 누적 영업손실이 1860억원에 이른다. 그나마도 지난해 마트·슈퍼 등 오프라인 점포를 119곳이나 줄이면서 부실 점포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며 일부 판매관리비를 줄인 덕택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4일 사내 인트라넷에 정직원 4300여명 중 동일 직급별 10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공고했다. 외환위기 때에도 인력 조정을 하지 않은 점을 자랑으로 여겨온 롯데의 기업문화를 고려하면 직원들의 충격은 크다. 이런 인력 구조조정은 노사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롯데마트지부와 롯데그룹민주노조 협의회는 희망퇴직 방침과 관련해 즉각 “이미 무급휴직과 폐점 구조조정 등으로 희생해왔다”며 반기를 들었다.
뒤늦은 온라인 시장 대응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활성화 바람에도 롯데는 올라타지 못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25일 조영제 사업부장이 “롯데온 사업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롯데온의 부진한 실적에 신동빈 롯데 회장이 책임을 물은 사실상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롯데온은 지난해 4월 출범한 온라인몰 서비스다.
롯데는 ‘30년 롯데맨’ 조 사업부장이 떠난 자리에 외부 인사를 곧 영입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인력 구조조정으로 양적 체질 개선뿐만 아니라, 온라인 시장에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질적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높인다는 취지다.
롯데쇼핑의 전략은 미국의 ‘월마트 방식’ 가속화다. 월마트 방식은 기존 대형마트가 가진 오프라인 매장 인프라를 물류 거점화하며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인근 매장에서 픽업하는 것과 같은 모델을 가리킨다. 쿠팡 등 온라인몰 중심 업체는 기대할 수 없는 전략이다. 롯데쇼핑은 이미 지난해부터 일부 도입한 이런 점포(세미다크스토어)를 올해까지 29개 점포로 확대할 방침이다.
시장에선 롯데의 미래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이지영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에 슈퍼 등의 구조조정과 온라인 고성장 등에 힘입어 수익성이 일제히 개선됐다”고 밝혔다. 롯데의 군살 빼기에 높은 점수를 준 셈이다. 반면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점포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선 유통업종 내 점유율 회복을 위한 온라인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짚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