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업체 11번가가 물건을 빨리 배송한 판매자에게 정산을 일찍 해주는 ‘당근’으로 배송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통상 판매자가 일주일이 지나야 받을 수 있던 대금 정산일을 2~3일로 앞당기는 인센티브 정책으로, 오픈마켓의 약점인 배송 일자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번가는 이달 들어 판매자가 주문 당일에 보낸 상품이 배송완료된 다음날 정산금액의 90%를 먼저 정산하는 ‘11번가 빠른정산’ 서비스를 확대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10월 빠른정산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뒤에 판매자에게 70%까지 먼저 정산했던 것을 20%포인트 높인다는 내용이다.
11번가는 지난 11월1~11일 진행한 ‘십일절 페스티벌’ 때 빠른정산 비율을 90%로 확대 적용해봤더니, 주문 당일 바로 발송된 건수가 평상시 하루 평균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특히 11일 하루 거래액은 201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7% 이상 증가하며 역대 최대 하루 거래액 기록을 달성하는 성과를 보고 곧장 이달부터 빠른정산을 전면 적용하기로 했다. 11번가 관계자는 “빠른정산을 확대 적용하면서 판매자에게 운영자금의 여유가 생겨, 폭발적인 수요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졌고 더불어 11번가 거래액도 증가하는 선순환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판매자는 고객이 상품을 주문 결제한 뒤 2~3일 만에 정산을 받게 돼 일반정산에 견줘 7일 정도 앞당겨 정산받을 수 있다. 정산금액의 나머지 10%는 고객이 11번가에서 구매확정한 다음날 정산된다. 고객이 직접 하지 않아도 배송완료 7일 후 자동 구매확정으로 전환된다. 11번가는 빠른정산 대상자 선정 조건도 11번가 판매자 회원 가입기간 최소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가입기간 동안 ‘판매자 평점이 90점 이상’이면 빠른정산을 받을 수 있다.
빠른정산 효과는 11번가의 ‘오늘발송’ 서비스의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빠른정산’을 도입한 10월 초에는 ‘오늘발송’ 상품이 4만8000여 판매자의 1300만개 상품이었지만, 도입 두달 째인 11월 말 기준으로는 판매자 수는 20% 이상 늘어난 5만8300명, 오늘 발송 상품은 200만개 이상 증가한 1500만개를 넘어섰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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