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들이 “올해가 제일 싸다”며 연말맞이 대대적인 모피의류 할인행사를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패션업계가 동물보호를 이유로 모피의류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미국 주요 백화점들이 모피제품 판매 중단 선언을 한 것과는 다른 풍경이다.
18일 롯데·현대백화점은 이날부터 각각 잠실점과 무역센터점에서 70~80%까지 할인 폭을 확대해 할인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예년보다 상대적으로 판매가 저조해, 모피 판매 성수기를 맞아 재고 물량을 처분한다는 취지다. 보통 모피는 여름철도 ‘역시즌’ 세일로 매출을 올리기도 하는데, 올해엔 코로나19로 판매가 부진했다는 것이다.
백화점들은 “내년부터 모피 가격이 오른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이 모피를 사기에 좋은 기회라고 홍보한다. 밍크 사육농장 수도 줄어드는 데다, 코로나19 장기화 탓에 최근 덴마크 밍크 농장에서
대규모 살처분이 발생하는 등 향후 수급이 어려워진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모피 소비를 부추기는 국내 백화점과는 달리 국외에선 모피 판매 중단 선언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와 블루밍데일스는 2021년 초까지 모피제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동물권리단체의 지침에 따라 윤리적으로 공급되는 양 또는 소가죽 제품만 판매한다고 이들 백화점은 덧붙였다. 지난 9월엔 미국의 노드스트롬 백화점도 2022년부터 모피는 물론 악어나 염소 등의 가죽은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구찌·프라다 등 명품 패션 브랜드의 모피제품 생산과 판매 중단 움직임이 유통업계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모피 선호도 줄고 있다.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정확한 숫자는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최근 3년간 매년 모피 매출 감소율은 두 자릿수에 이른다”고 말한다. 이는 ‘윤리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데다 롱패딩이나 프리미엄 패딩 등 대체 상품 시장도 커진 영향이 크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모피 원피 및 제품’ 수입(금액 기준)은 2018년 3억3731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3731만달러로 30% 가까이 감소했다.
모피 판매 중단 계획을 내놓은 국내 백화점은 한 곳도 없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세대에 맞춘 밝은 컬러나 색다른 디자인의 상품에 대한 수요가 있다. 다양한 고객 취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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