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40대 여성 환자는 허리 통증과 허벅지, 종아리 당김 증상으로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통증이 더 심해진 상태에서 의사는 3일 뒤 다시 이 환자에게 도수치료를 했다. 환자는 두 차례 도수치료를 받은 뒤에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요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과 신경근 압박으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환자는 의사가 무리한 도수치료를 시행해 허리디스크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반면, 의사는 “도수치료 당시 환자의 허리 부위를 누르거나 강한 압력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리디스크는 도수치료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해당 의사의 도수치료로 환자의 요추간판 탈출증이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의사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조정 결정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특히 허리통증이 있는 환자가 1차 도수치료를 받고 통증이 심해졌다고 알렸는데도 의사가 자세한 문진이나 신경학적 검사, 추가 영상 검사 등으로 통증 악화 원인을 확인하지 않은 채 2차 도수치료를 시행해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게 한 잘못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환자의 퇴행성 척추 병변이 증상 악화에 영향을 준 점 등을 고려해 의사의 책임을 30%로 제한하고, 치료비와 위자료로 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분쟁조정위는 “이번 조정결정은 기왕증(이미 발생한 병력)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도수치료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증상에 대한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에 따라 적합한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소비자원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도수치료와 관련한 소비자 상담이 271건 접수됐다. 상담 유형은 ‘중도해지·진료비 환급’이 42%, ‘부작용·악화’가 34.7% 등이었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소비자와 사업자가 분쟁조정위의 조정 결정을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한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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