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무, 마늘 등 김장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배춧값은 포기당 1만원을 넘겼다. 포장김치 업계에서는 포장김치를 찾는 수요가 늘 거라 예상하지만, 재룟값 상승으로 이익률은 높지 않을 거라 보고 있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정보를 보면,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9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는 1만1883원으로 집계됐다. 평년 가격(5509원)의 두 배 이상, 1년 전(6918원)과 견줘도 72%가량 상승한 가격이다. 무도 개당 3870원으로 평년(2054원) 대비 88% 이상 올랐고, 열무(1㎏ 3831원, 평년 2399원), 말린 고추(600g 2만1457원, 평년 1만4554원), 마늘(1kg 1만263원, 평년 9317원) 등의 가격도 급등했다. 대파와 쪽파는 1㎏당 각각 4265원, 9956원으로 평년 대비 25%, 8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김장재룟값 상승은 긴 장마와 태풍의 여파로 물량이 대체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10월 농업관측 보고서를 보면, “가을배추는 잦은 비로 (농가가) 정식(모종을 밭에 심는 것)을 포기하면서 재배면적이 전월 조사 대비 3%p 줄었고, 기상 악화로 생육 불균형 및 뿌리혹병 등 병해 증가로 생산 단수도 평년 대비 6.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가을 무도 여름철 경기·강원지역 잦은 기상 변화로 파종 시기가 늦으며 출하량이 감소했고, 마른고추·마늘·대파도 장마와 태풍의 여파로 출하량이 줄거나 품질이 떨어지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김장을 하는 대신 포장김치를 찾는 수요가 더 증가할 거라 보고 있다. 포장김치 업계 1위인 대상(점유율 46%) 관계자는 “1인당 김치 취식량은 줄고 있지만, 김치를 담그기보다 사 먹는 수요가 늘면서 포장김치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배추 등 재룟값이 올라가면서 포장김치를 안 드셨던 소비자도 한번 사 먹어보자는 수요가 있을 거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급등한 원재료 값은 포장김치 업계에도 부담이다. 대상, 씨제이(CJ)제일제당 등 상위 업체들은 날씨 요인이 발생하기 전인 올 상반기 배추김치 등의 가격을 이미 인상한 터라, 추가로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상태다. 한 포장김치 업계 관계자는 “올해 자연재해 수준의 기후변화로 원재료 값도 올랐고 재료 품질도 예년에 비하면 떨어지는 편”이라며 “시장이 커진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이익률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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