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푸산취안의 생수 제품. 농푸산취안 누리집 갈무리
중국 생수·음료 회사 ‘농푸산취안’(이하 농푸)이 홍콩 증시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중국 생수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농푸는 중국 생수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는 1위 회사로, 농푸 열풍에는 고성장하는 중국 생수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생수 시장을 공략하는 국내 업체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잰걸음에 나서고 있다.
10일 홍콩 증시에서 농푸의 주가는 전일 종가(33.20홍콩달러) 대비 8.13% 상승한 35.90홍콩달러에 거래됐다. 상장 첫 거래일인 지난 8일(현지시각) 공모가(21.50홍콩달러)에서 53.95% 상승한 33.10홍콩달러에 거래를 마치고 이튿날에도 전일 종가에서 0.3% 오른 33.20홍콩달러에 장을 마감했는데, 사흘째 상승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8일 농푸의 기업가치를 480억달러(약 57조원)로 집계하며 “미국 코카콜라(2490억달러, 295조원)나 펩시코(1920억달러, 228조원) 같은 글로벌 음료기업에는 못 미치지만, 일본 산토리음료(120억달러, 14조원)를 앞질렀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기술기업도 아닌 생수 회사가 돌풍을 일으킨 데에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국 생수 시장은 현재 인구 수에 비하면 크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다. 김선영 디비(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9일 보고서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달러를 넘어서면 그 이후 급성장하는 산업은 음식료와 여행, 소비재 관련주”라며 “중국의 생수 시장은 가격과 판매량 측면에서 모두 성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보고서에서 인용된 유로모니터 통계를 보면, 중국의 1인당 연평균 생수 소비량(33.9ℓ)은 미국(134.1ℓ), 한국(58.1ℓ), 글로벌 평균(45.2ℓ)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 중상산업연구원은 2017년 1465억위안(25조4천억원)이었던 중국 생수 시장이 2021년 2278억위안(39조5천억원)으로 4년 새 37%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생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으면서 중국 프리미엄 생수 시장에 진출한 국내 생수 업체들도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낮은 가격인 2위안(350원)에 팔리는 농푸 생수(550㎖)와 달리, 국내 업체들은 비슷한 용량을 5위안 안팎에 판매하며 중산층 이상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6월부터 ‘제주용암수’를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20·30 직장인을 타깃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제주삼다수’를 생산·판매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상하이 한인시장 등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2012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농심 ‘백산수’는 수원지와 가까운 동북 3성을 중심으로 지역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구매력이 동반 상승하면서 마시는 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온라인 채널, 가정배달 등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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