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미샤 등 화장품 로드숍이 변신 중이다. 다른 브랜드의 상품을 함께 팔거나 당일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돌파구 마련에 한창이다. 지난 2017년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올리브영 등 여러 브랜드 화장품을 판매하는 멀티브랜드숍의 성장, 최근의 코로나19 타격 등 연이어 터진 악재를 이겨내려는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19일 에이블씨엔씨에 따르면, 브랜드숍 ‘미샤’는 이달 초부터 기존 매장 100여 곳에 새로운 브랜드를 추가해 미샤플러스 매장으로 재정비했고 연말까지 미샤플러스 매장 수를 150여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미샤플러스는 기존 미샤 매장에 자회사와 타사 브랜드 제품을 다룬 코너를 추가한 매장으로, 입점 브랜드 절반 이상이 타사 브랜드다. 지난해 6월부터 멀티브랜드숍 ‘눙크’ 매장 40여 곳을 연 데 이어, 단일 브랜드인 미샤 매장의 일부를 멀티브랜드숍으로 전환해 실적 부진에 대응하려는 모양새다.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2분기에 1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줄어든 777억원에 그쳤다. 2018년 698개였던 미샤 매장 수도 지난해 550개, 올해 상반기엔 480여개로 줄었다. 에이블씨엔씨가 지난 4월부터 심부름 애플리케이션 ‘김집사'와 손잡고 화장품 당일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엘지(LG)생활건강은 로드숍인 ‘더페이스샵’ 매장 수를 줄이는 대신 자사 화장품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 판매하는 ‘네이처컬렉션’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지난 2016년 1138개였던 더페이스샵 매장 수는 지난달 20일 기준 절반 수준인 551개로 줄었고, 2016년 68개에 불과했던 네이처컬렉션 매장 수는 같은 기간 496개로 늘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는 온라인 강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트루케어 라인 등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6월 11번가와 업무협약을 맺고 에뛰드하우스 제품 단독 선공개, 라이브 방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수는 이니스프리가 2018년 1047개에서 지난해 920개로, 에뛰드하우스는 같은 기간 393개에서 247개로 줄었다. 에뛰드하우스는 지난달 배달의민족 비(B)마트에도 입점했다. 앱에서 화장품을 주문하면 라이더(배달기사)가 평균 1시간 이내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이밖에 중소 로드숍 브랜드인 ‘토니모리’도 비마트와 ‘나우픽’에서 당일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한 공간에서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멀티브랜드숍이 일상화되면서 원브랜드숍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며 “특히 중저가 제품 위주인 로드샵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