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국내외 장난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들이 주로 혼자 가지고 노는 인형의 매출은 감소하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종류의 장난감인 블록, 보드게임 등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른, 아이를 막론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3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에선 이마트의 블록완구 및 보드게임의 수요가 작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 이마트의 블록완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8% 늘었고 보드게임은 14.5% 증가했다고 한다. 매출이 늘면서 보드게임 등 놀이완구와 블록완구가 이마트 전체 완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31.9%)도 전년 동기(25.6%) 대비 커졌다.
반면 인형 등 캐릭터 완구가 주를 이루는 남아·여아·유아완구 카테고리의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58.2%→53.1%로 감소했다. 이마트는 “재택근무가 퍼지고 개학이 연기되면서 부모와 아이가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이에 교육성이 있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블록완구 등의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대신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빈도가 줄어들자 유행에 민감한 캐릭터 완구의 매출 비중은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는 국외 장난감 시장에서도 나타나는 ‘만국공통’ 현상이다. 지난 4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엔피디(NPD)그룹은 1분기 미국 내 장난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한 가운데, 게임·퍼즐 카테고리 장난감의 매출은 55%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등 세계 13개 국가의 완구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게임·퍼즐 매출이 44% 증가하는 등 유독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엔피디는 “3월 중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미국 전역의 학교 및 직장 폐쇄가 늘어났다. 사회적 고립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없애기 위해 많은 부모가 장난감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퍼즐 등 교육완구를 판매하는 미국의 ‘팻 브레인 토이’의 온라인 매출은 7월 기준으로 연초보다 150% 증가했다고 한다. 독일의 퍼즐 제조사 ‘라벤스부르거’는 지난 4월 퍼즐이 북미지역에서 분당 20개씩 판매된다며 “휴가철 성수기 수준 (매출)”이라고 표현했다.
반면 바비인형 등 인형 장난감 비중이 높은 미국의 ‘마텔’은 지난 23일(현지시각)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여러 브랜드 중 바비의 매출은 예외적으로 7% 증가했지만, 또 다른 인형브랜드인 아메리칸걸, 폴리포켓 등의 매출은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한다. 미국 경제방송 <시엔비시>(CNBC)는 같은 날 “마텔의 판매 부진은 장난감 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향상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며 “부모들이 게임, 퍼즐 등의 장난감을 구매하면서 인형이 역풍을 맞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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