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들던 국내외 통조림 시장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이라는 인식 탓에 외면을 받아왔지만,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간편식이 인기를 끌면서 ‘간편식의 원조’격인 통조림 판매가 쑥쑥 늘고 있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몇 달간 캔 햄, 참치 캔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캔 햄인 스팸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씨제이(CJ)제일제당은 지난 2분기(4~6월) 스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 명절 선물세트 특성상 가정마다 스팸을 비축하고 있어 보통 상반기에는 매출에 큰 변화가 없었다”며 “올해는 스팸 출고량이 지난 4월부터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1위 참치 업체인 동원에프앤비(F&B)도 “국내에는 사재기 현상이 없었기 때문에 (매출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나 평년보다는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다양한 가정간편식(HMR)과 함께 통조림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건강식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대체재가 다양해지면서 통조림 수요는 꾸준히 감소해왔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 자료를 보면, 참치 캔 소매점 매출은 2014년 4156억원에서 지난해 3600억원으로 5년 만에 13% 감소했다. 캔 햄 시장도 지난해 420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4556억원) 8%가량 줄었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코로나19 초기에는 즉석섭취용 가정간편식 판매가 증가했는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스팸 같은 요리용 제품도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 캔 참치 시장 1위인 스타키스트. 스타키스트 누리집 갈무리
미국에서도 통조림이 부활할 조짐이다. 지난 15일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19로 가정 내 참치 캔 수요가 급증하면서 코스트코가 1인당 참치 캔 구매량을 제한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에선 참치 캔에 대해 ‘수은 함량이 높고 환경친화적이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소비가 줄고 있었는데, 실업자가 늘면서 저렴한 참치 캔 소비가 늘고 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선 경기침체기에 참치 캔을 더 많이 사는 경향이 있다. 참치 캔은 5온스(142g)에 1달러밖에 들지 않는 가장 저렴한 단백질 식품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캠벨 수프도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증가했다. 캠벨 수프 또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이들이 줄면서 수년간 판매량이 감소해왔는데, 지난 1분기 원격근무와 자가격리 등이 늘면서 미국 매출이 35% 증가했다고 한다. 당초 회사 쪽은 올해 매출이 전년보다 부진할 거라 예상했지만, 소비자 수요가 늘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6% 증가할 것으로 전망을 바꿨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