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숍’과 ‘천원 숍’의 성적표는 왜 다를까?
1달러짜리 생활필수품을 판매하는 미국 1달러 숍이 지난 1분기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대표적인 천원 숍 다이소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한국에서는 미국과 달리 대량실업이나 대형 소매업체 폐쇄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천원 숍의 실적은 오프라인 소매업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의 대표적인 1달러 숍인 달러제너럴과 달러트리는 지난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고 나란히 밝혔다. 미국 최대 1달러 숍인 달러제너럴은 1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27.6% 증가해 85억4500만달러를 기록했고 순이익(8억6680만달러)도 69.2%나 늘었다. 달러트리의 경우 1분기 순이익은 인건비 증가 등으로 8% 감소했지만, 매출은 8% 늘어나 62억8700만달러였다.
현지에서는 1달러 숍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건 미국의 경제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3월 4.4%였던 실업률은 4월 14.7%, 5월 13.3%로 집계됐다. 유통·항공·요식업 등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서 수백만명의 대량실업이 발생했는데, 이들이 1달러 숍으로 몰리면서 1분기 매출이 늘었다는 것이다. 1달러 숍이 필수 소매업체로 지정돼 백화점, 대형마트와 달리 폐쇄되지 않고 계속 문을 열았던 점도 매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달러 숍은 수만개의 소매점이 문을 닫고 실업률이 치솟은 코로나 사태에서 승자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사정은 크게 다르다. 국내 대표 천원 숍인 다이소의 매출은 지난 1분기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는 비상장기업인 까닭에 지난 분기 매출을 공시하진 않지만, 다이소 관계자는 “1~2분기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미국처럼 장기간 점포 폐쇄나 대량실업이 발생하지 않은데다, 코로나 19로 아예 오프라인 점포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다이소도 그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균일가 생필품 숍도 ‘오프라인 소매업의 위기’에 맞닥뜨렸다는 얘기다. 1천~2천원짜리 상품도 온라인 비대면 쇼핑으로 구매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오프라인 저가형 생필품 숍도 타격을 받고 있어서다. 박진용 한국유통학회장(건국대 경영학과 교수)은 “코로나19 이후 고객이 저렴한 상품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동안 다이소는 (높은 비용을 감수하면서)좋은 입지와 쾌적한 인테리어를 앞세워 왔는데,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이러한 전략이 앞으로도 유효할지 고민해야 할 단계에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과)도 “코로나가 오프라인 소매업의 하락세를 앞당긴 측면이 있고 여기에 다이소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지금보다 더 가성비를 높이거나 피비(PB)상품을 강화해 고객의 발길을 붙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