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올해에도 ‘사은품 불패 신화’를 쓰고 있다. 사은품을 받기 위해 고객이 커피를 대량 구매한 뒤 버리고 가거나, 사은품이 중고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마케팅 전문가들 사이에선 ‘주객이 전도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타벅스는 지난 21일 여름 프리퀀시(쿠폰) 행사를 시작했다. 오는 7월22일까지 지정된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을 구매하면 여행용 가방인 ‘서머 레디백’ 또는 캠핑용 의자 ‘서머 체어’ 가운데 하나를 준다. 사은품을 받기 위해 한꺼번에 음료 17잔을 구매하는 고객이 속출하면서 행사 시작 이튿날인 지난 22일부터 레디백은 품귀 상태다. 스타벅스 쪽은 “이만큼 인기를 끌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조기품절 사태를 빚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제공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지닌 독특한 지위에서 찾는다. 김상용 고려대 교수(경영학과)는 “스타벅스는 처음부터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객들은 ‘커피를 마신다’가 아니라 ‘커피 문화를 즐긴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며 “충성고객이 된 이들 고객에겐 스타벅스 사은품은 ‘꼭 가져야 하는 물건’이 됐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고객들은 커피를 넘어 스타벅스가 파는 문화 또는 이미지를 구매하는 것이며, 사은품도 그런 문화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사은품 마케팅은 스타벅스의 매출 신장으로 곧장 연결된 터라 성공한 마케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본말이 바뀐 마케팅이 됐다’는 쓴소리도 뒤따라 나온다. 고객이 주력 상품인 음료가 아니라 사은품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고객이 음료 300잔을 주문한 뒤 사은품만 여러 개 챙기고 음료 299잔은 모두 두고 가는 바람에 폐기되는 ‘사건’마저 있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커피가 본품이고 가방은 사은품일 뿐인데, 사은품을 받기 위해 소비자가 본품을 버린 사례”라고 꼬집었다. 김상용 교수도 “과거 캐릭터 스티커 빵이 유행할 때 스티커를 수집하기 위해 빵을 샀던 것과 사실상 같다. 주객이 전도됐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리셀러(웃돈을 받고 상품을 되파는 사람)들이 사은품을 중고시장에 내다 파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단골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한 것”이라는 프리퀀시 행사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있다.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6일 현재까지 레디백 판매 게시글은 약 100건, 레디백으로 맞바꿀 수 있는 프리퀀시 완성본 판매 게시글은 130건가량 올라왔고 거래 액수는 7만~9만원 사이라고 한다. 사은품 품귀 사태로 이 앱에서만 레디백 관련 중고시장이 1600만원 규모로 형성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리셀러들이 할인카드와 텀블러 할인 등을 동원해 음료 17잔을 4만원 안팎에 구매하고 사은품을 챙긴 뒤 중고시장에 되판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쪽은 “이전 행사들을 참고해 사은품을 넉넉하게 준비했다. 매장마다 정기적으로 추가 물량이 입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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