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랩 앤 고’ 시스템을 도입한 BBQ 용산아이파크몰점. BBQ 제공
코로나19를 계기로 유통·외식업계에서 ‘그랩 앤 고’(Grab & Go)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그랩 앤 고란 ‘상품을 집어 들어서 바로 나간다’는 뜻이다. 애초 고객 회전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관심을 끌던 이 모델이 코로나19 이후 생활방역 차원에서도 각광받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역사에 문을 연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BBQ) 용산아이파크몰점은 ‘그랩 앤 고’를 전면에 내세웠다. 온장고에는 황금올리브치킨, 순살크래커 등 대표 메뉴의 조각 치킨과 컵밥을, 냉장고에는 샐러드와 음료수 등 총 10여개의 비비큐 제품을 진열해 판매하고 있다. 고객은 이곳에서 상품을 골라 옆 계산대에서 바로 계산해 들고 나가면 된다. 바쁜 직장인을 겨냥한 운영방식이지만, 회사 쪽은 코로나19에 따른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비비큐는 “속도를 중시하는 서울의 생활양식을 고려한 운영방식”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미국 비비큐 매장도 그랩 앤 고 시스템과 배달 증가로 현지에서 다른 외식업체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고 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최근 업계 최초로 60가지 도시락을 한데 모아놓고 판매하는 ‘도시락 편집 매장’을 선보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매장에서 완도전복솥밥도시락(9900원), 스프링롤·분보남보세트(1만8천원) 등 한식과 양식, 동남아식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도시락 중 고객이 상품을 골라서 사 들고 나가는 그랩 앤 고 방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과 본점의 4월1일~5월10일 도시락 매출이 외식을 꺼리는 분위기 때문에 전년 대비 10~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원준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로 외식이 제한되면서 앞으로도 간편하면서도 수준 높은 도시락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랩 앤 고는 유통·외식업계에서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일찌감치 주목받던 모델이었다. 테이크아웃이 메뉴 선택→주문→조리→포장→계산 등의 단계였다면, 그랩 앤 고는 메뉴 선택→계산으로 절차가 더 단순하다. 테이크아웃보다 고객의 대기 시간을 줄이고 매장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그랩 앤 고 시스템으로 유명해진 영국의 샌드위치 체인 프레타망제는 2013~2017년 연간 매출이 13∼16%씩 성장했으며, 국내의 경우 지난해 에스피씨(SPC)삼립이 바쁜 직장인을 겨냥해 볶음밥, 샐러드 같은 간편식을 그랩 앤 고 방식으로 판매하는 ‘시티델리’를 광화문에 새로 선보이기도 했다. 스타벅스코리아도 샌드위치, 샐러드 등 그랩 앤 고 방식의 상품을 40종 이상 판매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푸드 판매 비중의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외식에 대한 불안감이 비교적 적은 그랩 앤 고가 더 주목받는 외식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비비큐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생활방역 등으로 그랩 앤 고 모델이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명동, 광화문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그랩 앤 고 모델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