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의 한 올리브영 매장에서 지난 1월부터 아르바이트(시간제 근무)를 하던 ㄱ씨는 지난 5일 출근했다가 “오늘까지만 일해달라”는 깜짝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평가 기준 미달’. 이날은 3개월 수습기간 마지막날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크게 줄어든 일부 헬스앤뷰티(H&B) 업체들이 아르바이트 인력을 대폭 감축하는 과정에서 ‘직원과의 소통 불가’ ‘근무 태만’ 등의 이유를 남발하며 계약만료 당일이나 직전에 통보하는 사례가 늘어 논란을 빚고 있다. ㄱ씨는 <한겨레>에 “다른 일자리를 구할 시간도 없게 당일 그만 나오라 하는 건 너무하다”며 “매장 상황이 많이 나빠진 건 이해하지만, 평가 기준 미달을 이유로 대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씨제이(CJ)그룹의 헬스앤뷰티 계열사인 올리브영의 경우, 수습(3개월)과 유기계약(6개월) 과정을 거쳐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는 게 원칙이다.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뒤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면 평가를 거쳐 직영매장 풀타임 정규직 직원이 될 수도 있다.
올리브영 매장 아르바이트 근무 경험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올해 2월부터 대구의 한 직영매장에서 일하는 정아무개(23)씨는 “지금까지 평가 기준 미달로 계약이 만료되는 건 극소수였던 걸로 안다”며 “평가 기준 미달자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나중에 씨제이 계열사 취업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돼 계약 만료 전에 그만두려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아르바이트 인력 감축을 둘러싼 갈등이 잦아진 데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곤두박질친 탓도 크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업계 상황이 최악인데다 오프라인 매장간 경쟁도 심해졌다”며 “서비스 질을 높이려 본사 차원에서 계약 연장에 이전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일 뿐”이라 말했다. 그는 또 “계약 종료 대상자에겐 2주 전에서 최소 하루 전까지 통보하는 게 원칙”이라며 인력을 줄이려 무리하게 자의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지에스(GS)리테일의 ‘랄라블라’나 롯데쇼핑의 ‘롭스’ 등 다른 업체 사정도 엇비슷하다. 경북 경산의 한 랄라블라 매장에서도 최근 아르바이트 인력을 한 명만 남기고 모두 내보내면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랄라블라 관계자는 “본사 영업팀 관리 인력들이 코로나19로 매출이 크게 줄어든 매장에 아르바이트 인원을 줄이라고 조언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3월 중 일시 휴직자는 160만7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26만 명이나 폭증했다. 특히 20대 일자리는 한달 새 17만 6천 명이나 줄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노동법)는 “기업들이 손쉽게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을 먼저 자르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게 일반적 현상”이라며 “비정규직에 불리한 고용유지 안전망을 개선하려는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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