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느님’이란 말이 생길 정도인 한국에서 닭고기 가격이 꾸준히 내림세를 타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영국 등 일부 나라에서 닭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가 한꺼번에 몰린 까닭이다.
한국육계협회의 닭고기 시세를 보면, 냉장 닭고기(9-10호 기준)의 ㎏당 가격은 지난달 3일 3308원을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했다. 같은 달 31일엔 2385원으로 900원 넘게 떨어졌다. 이달 1일 기준 2538원으로 소폭 올랐으나, 지난달 3일 가격과 비교하면 약 30%가량 낮은 수치다.
가격 하락 요인으로는 우선 공급물량 증가가 꼽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생산성 향상으로 2월 도축한 닭 마릿수는 전년(6850만 마리)보다 13.2% 늘어난 7754만 마리를 기록했다. 냉동 비축 물량(1460만 마리)은 3월16일 기준으로 전년(761만 마리)보다 무려 91.8% 증가했다.
공급이 늘어난 것과 달리 수요는 제자리거나 되레 감소했다. 매출 상위 치킨업체 한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배달 주문은 늘었지만, 매장 방문은 줄면서 코로나로 인한 전체 매출의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쪽도 “1, 2월은 배달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괜찮았는데 3월 중순쯤부터는 매출이 주춤하다. 전체 매출은 코로나 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농업관측본부의 지난달 11~15일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닭고기 외식 소비가 줄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60.4%나 됐다.
특히 각급 학교의 개학이 잇달아 미뤄지면서 급식물량이 사라진 것도 가격 하락 요인이다. 육계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초·중·고 개학이 연기되면서 급식 소비가 없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닭고기 성수기인 여름까지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태가 계속돼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농경연은 “공급 과잉이 지속될 우려가 있어 합리적인 병아리 기르기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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