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정부에 국제항공운수권과 영공통과이용권 등의 회수를 유예해달라고 건의했다.
5일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 쪽 말을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전날 국토부에 올해 모든 노선의 국제항공운수권, 영공통과이용권, 슬롯(시간당 비행기 운항 가능 횟수) 회수를 유예해달라고 건의하는 공문을 보냈다. 대한항공은 공문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타국의 한국발 승객 입국 제한 조치와 여행 수요 급감 등으로 정상적인 노선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 1일 기준 국제선 노선별 3월 예약 인원수가 전년 대비 62% 감소했다고 밝혔다. 항공권 환불 요청은 평소보다 30배가량 증가해 2월 마지막 주는 항공권 환불금액이 발매액을 초과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노선 상당수를 중단 또는 축소한 상태다.
현재 운수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20주는 운항해야 한다. 영공통과이용권 역시 연간 50% 이상 사용해야 한다. 다만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17조 3항을 보면, 국토부 장관은 천재지변, 전쟁, 해당 공항의 폐쇄, 안전 및 보안 문제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미사용 운수권 또는 영공통과이용권을 회수하지 않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또 국내 공항의 슬롯도 동·하계 모두 회수를 유예해달라고 건의했다. 아울러 해외 공항의 경우에도 각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국적 항공사의 슬롯 보전이 가능하도록 조치해달라고 촉구했다. 현행 규정상 배정받은 슬롯은 80% 이상 운항해야 한다. 대한항공 쪽은 “현재 운수권, 영공통과이용권, 슬롯 방어를 위해 기존 노선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경우 수익 대비 비용 부담이 과다해 최소한의 유동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운수권은 여러 항공사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이다. (대한항공 쪽 건의) 수용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주 김태규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