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이 오는 6월부터 비회원제로 전환한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 할인점이 모두 창고형 할인점에 뛰어드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매출 신장률마저 1%대에 머물자 내린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빅마켓은 지난 25일 자사 누리집 공지와 28일 회원을 상대로 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6월1일부터 ‘오픈형 매장’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빅마켓은 5월31일까지 유료회원제 매장으로 운영되다 6월1일부터 “고객 누구나 구매 가능한 오픈형 매장”으로 바뀌고, 회원비는 남은 가입 기간에 따라 환불된다. 롯데쇼핑 쪽은 “회원제를 폐지함으로써 보다 많은 고객이 빅마켓에서 대용량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제로 운영하는 빅마켓은 비회원제인 경쟁사와 비교해 매출과 매장 수가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롯데쇼핑 설명을 보면, 빅마켓의 최근 3년간 매출 신장률은 2017년 7.8%→2018년 2.6%→2019년 1.4%로 낮아졌다. 지난해 매출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반면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같은 기간 매출 신장률은 27.2%→25.5%→22.4%로 둔화하기는 했으나 비교적 높은 20% 이상 신장률을 이어갔다. 이는 매장 수와도 관계가 있다. 트레이더스가 2010년 1호점을 개시한 이후 점포 수를 18개까지 늘린 반면 빅마켓은 2014년 킨텍스점 개점을 마지막으로 전국 점포 수가 5개에 그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점은 점포 면적도 할인점보다 더 커야 하고 주변에 인구도 더 많아야 해 점포를 늘리기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롯데쇼핑은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해 유료 회원제를 채택했지만, 회원제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회원제 할인점은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상품군을 갖추면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빅마켓의 연회비는 3만5천원으로 코스트코(3만8500원)보다 약간 저렴하지만, 가격과 상품 구성 면에서 코스트코나 비회원제인 트레이더스, 홈플러스 스페셜보다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은 상품 마진을 대폭 낮추고 낮춘 마진을 회원비를 통해 충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코스트코 같은 경쟁사와 비교해 가격이나 상품 다양성을 갖추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