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트위스트 다이슨 엔지니어가 새 무선청소기의 흡입력을 시연하고 있다. 다이슨 제공
엘지(LG)전자와 삼성전자가 올해 새 무선청소기를 내놓으며 도전장을 내밀자, 영국 다이슨이 신제품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다이슨은 12일 기존 V8 모델에 견줘 흡입력이 30% 향상된 ‘V8 카본 파이버’를 세계 첫 출시한다고 밝혔다. V8 카본 파이버의 흡입력은 155에어와트(AW)이며, 무게는 이전 모델과 같은 2.55㎏, 작동시간은 최대 40분(일반모드)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가격은 109만8000원이라고 다이슨은 밝혔다.
현재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은 4조5000억원(200만대) 규모로 추산되는데 100만원대 고가 제품의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가전업계는 고가 무선청소기 시장이 지난해 금액기준 10% 수준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 25%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이슨은 그동안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이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국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팔리면서, 국외 직구를 통해 다이슨 무선청소기를 구입하는 사람도 많았다.
국내 가전업체들도 이를 가만 보고 있지 않았다. 엘지(LG)전자는 지난 6월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을 출시하며 다이슨 공략에 나섰다. 엘지전자는 A9이 인기를 끌며 7월 이후 8주 만에 국내 판매량 4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창원공장은 주말에도 생산라인을 돌렸다. A9의 가격은 모델별로 89∼129만원이다.
삼성전자는 한발 늦었다. 삼성전자는 이달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새 무선청소기 ‘파워건’을 공개했다. 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은 “먼저 나왔다 늦게 나왔다가 중요한게 아니라, 시장에서 판을 바꿀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파워건은 이번주께 국내에 출시된다. 가격은 모델에 따라 80∼120만원대로 예상된다.
케빈 그란트 다이슨 청소기 사업부 수석 엔지니어가 12일 한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다이슨 제공
먼지를 빨아들여야 하는 청소기의 핵심인 흡입력을 제품별로 따지면, 12일 공개한 다이슨의 신제품이 제일 앞선 것으로 나온다. 올 6월 공개된 엘지 A9의 흡입력은 140와트이며 출시가 예정된 삼성 파워건은 150와트다. 다이슨은 기존에 판매되던 모델(V8·115에어와트)의 성능이 엘지와 삼성의 신제품에 추월당하자, 이보다 더 센 155에어와트(AW)의 V8 카본 파이버를 전격적으로 내놨다.
제품의 성능을 따지는 기준이 다른 것에 대해 다이슨은 에어와트와 와트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삼성은 에어와트가 와트보다 힘이 세다는 주장은 맞지않다고 말한다. 다이슨의 엔지니어 샘 트위스트는 “에어와트는 흡입력을 말하고, 와트는 청소기 모터의 기계적 힘을 말한다”고 구별했다. 배터리는 세 업체의 제품 모두 최대 40분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케빈 그란트 다이슨 청소기 사업부 수석 엔지니어는 “한국 소비자들이 기술과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먼저 신제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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