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이 발견된 산란계 농가가 정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의 허술한 인증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위생과 안전성을 믿고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 축산물을 구매하고 있었는데, 사실상 뒤통수를 맞은 셈이기 때문이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살충제 성분이 나온 경기·전남·강원·충남 지역 농가 6곳 중 5곳이 무항생제 축산물로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축산물 인증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농림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맡고 있는 무항생제축산물과 유기축산물 인증이다. 산란계 농가 1456곳 중 780곳(53.6%)이 친환경 인증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무항생제 축산물이 765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무항생제축산물은 항생제를 쓰지 않은 사료를 먹고, 일정 기간에 항생제를 맞지 않는 닭이 낳은 달걀이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유기축산물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된 사료를 먹은 닭이 낳은 달걀을 말한다. 두 가지 인증 모두 살충제를 사용하면 안 된다. 농림부 관계자는 “살충제 농약을 사용하면 친환경 인증 자체를 받지 못한다”며 “해당 농가들도 인증 당시에는 조건에 충족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증이나 사후관리가 제대로 됐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점이다. 농·축산물 친환경 인증과 사후관리는 62곳의 민간기관이 맡고 있다. 한국친환경인증기관협회 관계자는 “농산물품질관리원과 민간인증 기관이 업무를 같이 해왔지만 올해 법이 개정되면서 지난 6월부터 모두 민간이 맡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리·감독을 맡는다.
하지만 민간기관의 부실인증은 끊임없이 논란이 돼 왔다. 지난 2013년 민간기관의 부실인증으로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었고,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 1곳의 무항생제 인증을 준 민간기관은 과거 부실 인증으로 적발돼 약 3개월간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업체로 알려져 있다. 사후관리도 허술했다. 축산업 관계자는 “살충제 관련 교육을 한다는 말도, 받은 적도 없다. 진드기는 늘 있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살충제는 농약판매점에서 누구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격한 관리가 되지 않으면 ‘살충제 달걀’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친환경 인증 기준도 검토가 필요하다. 무항생제 인증의 경우 항생제 기준만 충족하면 에이포(A4) 용지 한 장 크기의 닭장에서 밀집 사육이 된다고 해도 인증 받는데 문제가 없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밀집 사육으로 진드기 발생 가능성이 커, 농가는 살충제 유혹에 빠질 위험이 높다.
무분별한 친환경축산물 인증 제도도 비판 받고 있다. 축산물 분야의 친환경 인증은 무항생제, 유기축산물, 동물 복지(사육 공간 확보, 항생제 금지), 축산물 해썹(HACCP·생산에서 유통까지 각종 위해 요소 차단), 산지생태축산 농장(자연 그대로 산지 활용) 등이 있다. 친환경축산물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인증의 종류보다 엄격한 인증 심사, 사후관리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연 방준호 기자 대전/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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