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이 추가로 검출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김밥가게 앞으로 '계란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게시판이 놓여 있다. 이 가게 직원은 "'살충제 계란' 논란으로 대부분의 손님이 불안한 마음에 계란을 전부 빼달라고 한다. 당분간 가게서 계란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파문으로 자영업자의 영업과 소비자들의 구매에 변화가 일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으려고, 소비자들은 먹거리 안전 확보를 위해 저마다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16일 전국 곳곳의 음식점에 ‘수~금 문을 닫습니다’ ‘당분간 김밥에 달걀을 넣지 않습니다’ 등의 안내문이 나붙었다. 서울 서교동에서 분식집을 하는 권아무개(59)씨는 달걀을 넣지 않고 김밥을 말았다. 그는 “장사를 20년 넘게 했지만, 올해만큼 달걀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다.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달걀값이 오르더니, 이제는 살충제 달걀이 나와 아예 못쓰는 상황이 되니 기가 막힌다는 말 밖에 못하겠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는 음식점들도 ‘달걀을 쓰지 않는 메뉴만 팝니다’ ‘달걀 넣은 제품들은 모두 폐기했습니다’ 등의 공지문을 올리고 있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살충제 달걀 파문의 영향을 피하려고 자체적으로 안전한 음식을 팔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영업을 당분간 하지 않거나 메뉴를 대체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으나, 이번 사태가 장기화해 가게 운영 자체가 힘겨워지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까 가장 염려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에서 디저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아무개(32)씨는 수~금요일 가게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박씨는 “소규모 업체는 하루 판 것이 하루 매출과 연결되는데, 매출액을 따져보면 여름철이 가장 비수기인 상황에서 살충제 달걀 논란까지 겹쳐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달걀을 대신할 먹을거리를 구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특히, 성장기의 자녀를 둔 소비자들은 꼭 필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달걀 대신, 보다 안전한 식재료를 찾느라 바쁘다. 9살 자녀를 둔 김은수(42)씨가 선택한 것은 소포장 된 가공 수산물이다. 김씨는 “달걀이 최근 값이 비쌌지만 꼭 갖춰뒀던 이유는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어서였다. 대체할 수 있는 식재료는 많지만,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제품은 많지 않더라. 그래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가공 생선 제품을 골랐다”고 말했다. 소포장 생선구이 제품은 최근 1~2인 가구가 늘면서 편의점 등에서도 접할 수 있다.
건강 관리를 위해 달걀을 찾던 이들도 대체품을 찾고 있다. 회사원 고준혁(33)씨는 식이조절을 위해 달걀흰자만 따로 가공되어 나오는 제품을 즐겨 찾았었다. 그는 “달걀흰자만큼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재료를 찾기가 힘들다. 생선이나 육류 등으로 바꿀까도 싶지만 값이 만만치 않다. 유청 단백질(우유에서 분리한 단백질)도 있지만, 살충제 달걀과 마찬가지로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이 혹시라도 섞여 있을까 불안해 선뜻 구매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은 달걀 공급 농가 가운데 안전이 확인된 곳으로부터 달걀을 받기 시작해 판매도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협력회사의 80% 정도가 검사결과 적합판정을 받아 이 농가의 계란부터 (16일) 오후 3시부터 판매를 재개했다. 매장에서 순차적으로 판매를 시작하고, 나머지는 전수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달걀을 공급받는 농장이 정부 검사결과 판매가 적합한 곳이라는 판정을 받아 생란과 가공란부터 판매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정연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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