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요리하는 방송)이 시작되면 모바일 쇼핑족의 엄지손가락이 분주해진다. <삼시세끼> <집밥 백선생> <냉장고를 부탁해> 등 매일 밤 방송되는 쿡방이 인기를 끌면서 오픈마켓·홈쇼핑 할 것 없이 식품 관련 모바일 매출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올해 5월 말까지 시간대별 모바일 매출을 분석한 결과, 해당 프로그램들이 방영되는 밤 10~12시대 식품관련 매출이 다른 시간대와 견줘 65%가량 높게 나왔다고 15일 밝혔다. 조리 방법이 간단한 간편식품은 49%가량 늘어났다면, 손질과 조리에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신선식품은 102%나 크게 성장했다. 쿡방 영향으로 집에서 요리하는 이들이 늘면서 식품부문 매출에서 신선식품의 비중은 지난해 13%에서 올해 18%로 증가했다.
엔에스(ns)홈쇼핑도 올해 상반기(1월1일~6월10일) 히트상품을 분석해보니 쿡방의 영향으로 주방기기와 신선식품 4개가 10위권 안에 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기름 없이 적외선으로 조리하는 조리도구, 멀티믹서기, 완도활전복, 와인숙성 오리훈제 등이다.
씨제이(CJ)오쇼핑도 올 상반기 모바일 매출을 분석해보니 전체 시간대의 식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29% 늘었지만, 밤 9시~12시대 식품 판매량은 37%나 증가했다고 15일 밝혔다. 상반기 히트상품 10위에는 폭립, 만두, 찌개양념, 사과즙, 양배추브로콜리진액 등 식품 관련 제품이 5개나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사과즙 등 3개에 그쳤다.
쿡방의 인기와 모바일 식품 구매와의 상관관계는 인기레시피가 공개되는 시점의 식품 판매량으로도 증명된다. 실제로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 쉐프의 만능 간장 레시피가 공개된 이달 2일부터 일주일간 씨제이몰 앱에서 간장을 구매한 고객은 전년 동기와 견줘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쿡방에서 ‘요리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자주 보이면서 식품을 구매하는 주체도 여성보다 남성이 많아지고 있다. 씨제이몰 앱에서 올해 상반기에 식품을 구매한 남성고객은 지난해보다 35% 증가했다. 반면 여성은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밤 9시~12시 사이 남성의 식품 구매 횟수 증가폭은 여성보다 13%포인트 많은 46%로 분석됐다. 씨제이오쇼핑은 “모바일은 전통적인 유통채널에 견줘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식품 카테고리의 비약적인 성장은 누구나 쉽게 조리할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해주는 쿡방이 시청자들의 침샘과 요리 욕구를 자극한 덕분”이라고 짚었다.
모바일을 통한 식품판매가 늘자 업체들은 식품 카테고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티몬은 지난해부터 자체 브랜드인 ‘티(t)프레시’를 선보였고, 산지와 직접 계약한 신선식품 공급에 힘쓰고 있다. 한지현 티켓몬스터 본부장은 “건강한 식품과 직접 조리하는 음식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신선한 식재료를 안방으로 배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제이오쇼핑도 “남성 고객을 위해 가공식품과 조리 기구 판매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씨제이오쇼핑 제공